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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굿즈대란’에 가려진 스타벅스 근로실태...노조 설립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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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15 09:55 

이달 초 스타벅스에서 사상 최초로 단체행동이 일어났다. 트럭시위였다. 파트너(바리스타)들의 메시지를 실은 트럭은 서울 시내 곳곳을 달렸다.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배경으로는 '굿즈대란'이 지목됐다. 스타벅스가 최근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리유저블 컵이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는데, 이로 인해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자 직원들이 강도 높은 업무를 참다못해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단순히 굿즈대란만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도 "리유저블 컵 이벤트와 급여 인상 요구가 트럭시위의 주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파트너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곪은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단체행동이 굿즈대란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문제들이 맞물려 폭발했다는 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인사적체 등 내부 인사 문제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내 불만이 해소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연장근무 '불가피'
 
"근로시간은 칼 같이 지키지만 사실은 그게 다 남은 인력으로 돌려막기에요." A 파트너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인력을 최소한으로 뽑는 거죠. 어떻게든 그 인원들이 매장에서 해낼 테니까." B 파트너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파트너들은 스타벅스 내 인력난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내부적으로 근로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분위기는 퍼져 있지만, 최소한의 인력으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스타벅스 파트너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소정근로시간은 1일 5시간, 1주 25시간이다. 소정근로일은 1주 5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연장근무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내부적으로는 10~11시간 선에서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트너들은 행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리유저블 컵 등 본사에서 주문하는 행사는 업무강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연장근무도 다반사지만 파트너들과 상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B 파트너는 "행사를 하게 되면 파트너들이 엄청난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걸 본사에서만 결정하는 구조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적체로 승진도 하늘의 별 따기"...업무 외 공부도 '개인 몫'
 
'슈퍼바이저 쿼터제'로 인한 내부 인사적체도 파트너들을 옥죄고 있다. 스타벅스의 직급은 '바리스타-슈퍼바이저-부점장-점장-지역 매니저'로 나뉜다. 바리스타에서 슈퍼바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6개월 만근 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마다 슈퍼바이저의 쿼터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슈퍼바이저의 쿼터가 다 차있다면 신규 바리스타들은 슈퍼바이저가 될 수 없다.
 
슈퍼바이저 자리가 생긴다고 해도 그동안 기다렸던 바리스타들이 한꺼번에 지원해 경쟁이 심하다. 한 바리스타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5~6번의 시험은 기본"이라면서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지고 낙심해 그냥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업무 관련 교육을 근무시간 외에 수강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파트너들이 쉬는 공간인 매장 뒤 휴게실(백룸)에는 "근무시간 외 법적 교육 수강금지"라는 자막을 가진 동영상이 나오고 근무 중에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트너들 증언은 다소 차이가 있다. <노동법률>이 만난 파트너들은 바리스타 가이드, 역량 진단, 기타 인증, 공지 등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려면 근무시간만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저희가 음료 레시피 등 외울 게 많아서 그걸 숙지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공지 하나 제대로 숙지하려면 출근 20분 정도 전에 도착해야 할 정도로요." C 파트너는 바쁜 업무로 그동안 고스란히 개인 시간을 투자해 법정 교육이나 업무 관련 내용을 숙지했다고 털어놨다.
 
"사실은 근무와 직접 관련된 일들인데 자기계발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개인의 영역으로 넘겨왔던 것 같습니다." D 파트너도 이렇게 말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노사협의회 신뢰 잃어...노조 설립 조짐도
 
사내 문제를 해결할 소통 창구도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복협의회'라는 이름을 가진 스타벅스 노사협의회는 파트너들의 의견을 본사와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이번 굿즈대란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 5일 행복협의회 분기별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스타벅스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일련의 사안에 대해 파트너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달받는 자리였고, 회사는 관련한 사항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장 및 개선안들을 마련해 다시 한번 파트너들과의 자리를 통해 공유하고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행복협의회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트럭시위가 블라인드를 통해 이뤄진 이유도 노사협의회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모 지역에서는 이달 9일 해당 지역 행복협의회 대의원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파트너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건의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이 글을 본 해당 지역의 한 파트너는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했다. 설사 건의를 한다 해도 행복협의회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해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내 문제들을 해소할 수단으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 지역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한 파트너는 <노동법률>을 통해 "한 달 내로 스타벅스 노동조합을 만들어 신고할 계획"이라면서 "지금 이미 조합원들의 일부는 모집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스타벅스 측은 "리유저블 컵 데이에 많은 고객분들이 방문해주시면서 파트너들의 업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파트너들의 의견과 고충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업무에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 파트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저희는 물건을 파는 '잡화점'이 아닌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카페'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bi_pidx=332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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