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국내 비료 1위 남해화학, 포장·삽차 노동자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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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19 09:40비료 제조사인 남해화학의 사내하청회사에서 2년 이상 비료포장과 삽차 운전업무를 한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남해화학은 2015년에도 여수공장의 설비 점검·관리를 맡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고 판단받은 바 있다. 국내 1위 규모의 비료 제조사가 판결 뒤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내하청 노동자 46명 ‘제품팀·장비팀’ 업무 수행
“남해화학이 실질적 지휘·감독했다” 집단소송 제기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46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9명(장비차량 정비·석고장 관리)을 제외한 나머지 37명은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노동자들이 소송을 낸 지 3년 만이다. 선고 직후 사측은 바로 항소했다.
남해화학은 2008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7년간 시스템기술업체인 A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사내하청 3곳을 바꿔 가며 계약을 맺었다. 2014년 9월에는 A사와 다시 비료제품 포장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이 승계됐다.
사내하청 노동자 46명은 1985~2015년 사이에 각각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남해화학에서 도급받은 ‘제품팀’과 ‘장비팀’ 업무를 맡았다. 제품팀은 주로 비료제품 포장 및 상차업무를 담당했고, 장비팀은 장비 운전과 장비 유지·관리 및 굴삭기를 이용한 석고장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제품팀과 장비팀 노동자들은 사내하청 소속이지만, 남해화학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2018년 10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파견근로를 제공한 지 2년이 초과한 날부터 남해화학의 근로자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며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배치·업무수행방법·순서 등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며 지휘·명령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남해화학 직원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업무의 혼재가 없다”고 항변했다.
비료포장·삽차 운전원 37명, 불법파견 판단
사내하청 노동자측 “간접공정, 불법파견 인정돼”
법원은 제품팀과 장비팀의 삽차 운전원이 남해화학 공장에 파견돼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서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다만 장비차량 정비 및 석고장 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해화학 공장에서 제품팀 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후 남해화학 작업현장에 파견돼 회사로부터 상당하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며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명령 △원청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사내하청의 전문성·기술성 부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장비팀의 ‘삽차 운전원’에 대해서도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삽차 운전원이 원료하역지원 및 비료생산지원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작업 특성상 원청의 지시 및 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업표준서에 따르더라도 삽차 운전원은 원청 지시를 받아 작업을 수행하도록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하역지원업무는 원청의 비료생산 전체 공정에 직접 연동되는 것으로 유기적·기능적으로 연속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에 대해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리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남해화학 불법파견과 관련한 예전 대법원 판결은 직접 생산라인에 한정했다면, 이번 선고는 재료를 투입하고 마지막 포장까지 하는 간접공정까지 인정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더욱 많은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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