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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과로 산재’에 눈감은 근로복지공단...10건 중 2건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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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14 09:28 

고용노동부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업무강도나 근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로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산재 판정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시간 등 양적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과로로 쓰러진 근로자들이 제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로 인정 기준 미달돼도 '산재'...법원 판결 이어져
 
13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노동부 고시로 규정된 과로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산재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연달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는 지난달 용광로 근처에서 교대근무를 하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평균 근로시간이 노동부가 고시로 정한 과로 인정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본 것이다.
 
이 근로자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52분이었다.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22시간 47분으로 조사됐다.
 
노동부 고시를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에는 평균 64시간을 넘어야 업무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업무시간이 평균 52시간을 초과할 때는 업무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발병 전 1주 동안의 평균 업무시간이 이전 12주간의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도 과로에 해당한다고 본다.
 
재판부는 "심장질환 발생 직전 업무시간은 노동부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교대제로 일하면서 야간근무를 한 만큼 주간근무만을 하는 근로자보다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부도 고시를 통해 교대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단 측 자문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인) 소음과 교대근무 등이 인정되지만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에 미치지 못해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법원 "근로시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이동한 뒤 뇌경색으로 쓰러진 근로자도 노동부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업무 관련성이 인정됐다.
 
이 근로자는 뇌경색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38시간 48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시간은 출퇴근 기록기와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 로그기록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공단은 마찬가지로 업무시간이 노동부 기준에 미달되고 부서 이동 이후 회사 측 배려가 있었다면서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반대로 법원은 휴가 사용으로 평균 업무시간이 적게 산정된 점과 새 부서에 적응하기 위해 퇴근 후 공부한 시간 등을 고려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근로자의 업무환경 변화와 퇴근 후 일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것이다.
 
공단은 앞서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 때문에 야근이 잦던 근로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사례도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발병 전 업무내용, 업무시간 등을 확인한 결과 노동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 사례에 대해서도 "이 근로자가 중요 프로젝트 실무 책임자로서 받았을 중압감과 불규칙적인 야간근무로 인한 신체적 부담의 누적 등을 고려할 때 업무로 인한 과로ㆍ스트레스 영향을 단지 근로시간의 양적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단, 과로 산재 소송 10건 중 2건 '패소'
 
공단이 이처럼 노동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과로로 쓰러진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제때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법률>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말까지 공단을 상대로 한 뇌ㆍ심혈관계 질환 산재 소송 건수는 총 1079건이다.
 
이 가운데 공단이 패소한 건수는 198건으로 패소율은 18.4%였다. 뇌ㆍ심혈관계 질환 소송 10건 중 2건은 공단이 애초에 판단을 잘못했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은 108건,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은 90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패소율은 ▲2017년 16.1%(48건) ▲2018년 23.0%(57건) ▲2019년 10.9%(19건) ▲2020년 20.7%(42건) ▲2021년(8월 말 기준) 20.8%(32건)로 집계됐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는 "과로 인정 기준에 맞지 않아도 이에 근접하거나 특별한 상황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공단이) 이런 기능 없이 일률적으로 (과로 여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실무에서는 실제로 근로시간이 많은지, 적은지로 과로 여부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동부 고시는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 대법원도 노동부 고시를 예시적 규정으로 본다.
 
법원도 "(노동부 고시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 기준을 해석ㆍ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노동부 고시, 업무부담 가중요인별로 구체화해야"
 
공단이 업무시간을 주요 지표로 삼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동부 고시의 허점 때문이다. 업무시간 등 양적인 측면을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업무강도와 같은 질적인 측면에 관한 판단 기준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노동부 고시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발견될 경우 업무 관련성을 강하게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이다. 다만 각각의 요인에 해당될 수 있는 기준은 규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권민지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노동부 고시가 뇌ㆍ심혈관계 질환 산재에 대해 업무시간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어 공단은 필연적으로 법원보다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노동부 고시를 개정해 업무부담 가중요인마다 기준을 세분화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업무상 질병 사망자 중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273명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을 얻은 질병재해자는 같은 기간 582명으로 집계됐다.
 
송옥주 의원은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법원보다도 근로복지공단이 과로사 기준이라는 잣대를 노동자에게 더 엄격하게 대고 있다"며 "이번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과로사 관련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bi_pidx=33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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