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범 100일 맞은 소방노조들...‘정부 교섭ㆍ근무체계 개편’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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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15 09:55지난해 12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 7월 6일부터 소방공무원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와 동시에 그간 준비 기간을 거친 소방노조들이 일제히 출범했고 오늘(13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현재까지 설립된 소방노조는 총 4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이다. 출범 당시 이들이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결 과제는 ▲노후 장비 개선 ▲인력 확충 ▲화재ㆍ구조ㆍ구급 등의 수당 개선 ▲근무체계 개선 등이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100일 동안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상급단체가 있는 3개 소방노조에 지난 100일간의 소회와 함께 노조 현안, 현장의 목소리를 물었다.
응답 없는 소방청...'행정부 교섭'으로 눈 돌린다
소방노조로부터 가장 먼저 나온 볼멘소리는 노사정책협의회에 소극적인 소방청의 태도였다.
소방노조가 잇따라 출범한 뒤 소방노조는 소방공무원 현안 논의를 위한 노사정책협의회 구성을 소방청에 제안했고, 소방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노사정책협의회가 구성됐다. 노사정책협의회에는 4개 소방노조가 모두 참여하기로 했고, 소방노조는 노사정책협의회에서 논의할 현안 의제 106개를 지난달 소방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청이 국감 등을 핑계로 노사정책협의회 개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전달한 현안 의제에 대한 답변도 아직 받지 못했다.
소방노조들은 소방조직에 만연한 상명하복 조직문화로 인한 소방청의 불통(不通)이 지금의 문제를 낳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해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소방청에서 일방적으로 노사정책협의회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앞서 노조에서 전달한 의제에 대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어 소방청에서는 노사정책협의회 추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 소방노조) 역시 소방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며 3주째 소방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은애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노사정책협의회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답을 내달라는 질의서를 소방청에 보냈는데 4개 소방노조가 함께하는 노사정책협의회가 아니면 답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소방청이 노사정책협의회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생긴 문제인데 노사정책협의회가 아니면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진전없는 상황이 한 달 넘게 지속되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와 공노총 소방노조는 '행정부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두 노조는 노사정책협의회 형식적 운영이 우려된다며 지난해 하지 못한 행정부 교섭을 올해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은애 위원장은 "행정부 교섭을 하겠다고 이미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일방적이고 미온적인 소방청 노사정책협의회보다 내실 있는 행정부 교섭으로 책임감 있는 교섭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감에서도 언급된 '근무체계 변경'...소방노조들 "시급한 과제"
현재 소방노조 앞에 놓인 과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당면 과제로 손꼽히는 건 '근무체계 변경'이다. 이는 지난 7일 소방청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소방노조의 여러 건의 사항 중 해결책이 있는 걸 말해보라"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신열우 소방청장은 "소방노조가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 근무체계 변경"이라며 "현재 소방대원 상대로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 중에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와 노조 의견을 확대해 이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23일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서는 근무체계 변경과 관련해 소방관 9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방관 10명 중 7명은 3교대로 운영되는 현재 근무체계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직한 근무체계가 무엇인지 묻자 답변자의 70.5%가 '당비휴(당번-비번-휴무)' 시스템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당비휴는 24시간 동안 근무한 후 하루는 대기 상태에서 비번을, 나머지 하루는 완전히 휴무하는 3일 단위 근무체계를 말한다.
현행 21주기 근무체계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4%였다. 21주기 근무체계는 3주 단위로 운영되는 근무체계를 말한다. 첫 주는 주간 근무를 하고 나머지 2주 동안 하루 야간 근무 후 다음날 오후 출근 때까지 비번인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데, 비번인 상태에서는 출동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근무체계는 소방공무원들의 건강권 확보, 화재진압ㆍ구조ㆍ구급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업무 수행, 평균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소방청은 의례적인 근무체계 선호도 조사만 하지 말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근무체계 변경에 대해 "근무체계는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본부장에게 위임해 각 지역에 최적화된 소방조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명하복 문화 개선ㆍ건강권 확보도 시급해"
근무체계 변경 외에 조직문화 개선, 건강권 확보 등도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그간 소방노조들은 소방조직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비판해왔다. 위험이 따르는 화재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상명하복에 익숙하고, 이 결과 소수 의견을 내거나 이의 제기를 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지적이다.
홍순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한국노총 소방안전노조) 위원장은 "소방조직의 수직적 조직문화로 인해 폐쇄적이고 경직된 군대문화가 잔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 내 갑질 문제 역시 지적하며 "갑질 피해 신고센터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계속 발생하고 있고, 갑질 재발 방지 교육을 필수 교육으로 운영하여 예방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개선되도록 노동조합과 소방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소방안전노조는 지난달 '소방조직 갑질 문화 척결 촉구 전국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다며 심신수련원을 통한 정신건강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홍 위원장은 "소방관 수명은 우리나라 평균보다 10년 이상 짧고, PTSD와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은데 소방공무원을 위한 심신수련원은 없다"며 "말뿐인 정책으로 더는 미루지 말고 소방공무원을 위한 심신수련원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노조 대표자들의 출범 100일 소회는?
마지막으로 3개 소방노조 대표자들은 소방노조 출범 100일간 느꼈던 소회를 밝혔다.
박 소방본부장은 "조직화를 위해 열심히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지만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선입견이 존재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노조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노조에 굳이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에 왜 가입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타 공무원과 비교해 열악한 소방공무원의 상황, 밖에서는 영웅이라고 부르지만 속은 엉망인 소방공무원의 현재를 깨기 위해 단결한 노동조합의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며 "결국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노조가 처음 생기자 6만여 명의 소방공무원들이 그간 말하지 못했던 요구와 제안을 노조에 쏟아냈다"며 "이제는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소방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더욱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공노총 소방노조가 진행 중인 '우리 손으로 뽑는 소방청장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 사업을 소개하며 "누가 차기 소방청장이 됐을 때 현장 소방대원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인지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으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의견이 모아지면 노조 차원에서 차기 청장 선임에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소방조직에 여전히 많은 변화와 과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 100일이었다"며 "노조에서는 앞으로도 법적ㆍ제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나갈 테니 이를 소방청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 보장을 강조하면서 "소방노조가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노조 전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동희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3267&sPrm=in_cate$$104@@in_cate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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