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취업 방해 문자’ 전송, 이미 취업했다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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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13 10:52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할 의도로 사업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라도 이미 취업한 상태라면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금지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사건은 B씨가 2018년 1월 D사의 수습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대구의 C회사 부사장인 A씨는 2013~2015년 함께 일했던 B씨가 이직하자 D사 대표에게 B씨가 전 직장에서 했던 일을 폭로했다.
A씨는 B씨가 D사에 입사한 지 이틀 만에 대표에게 “영업사원 B씨를 조심하라. 2년 전 자기가 불법 영업한 내용을 고발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위에서 시켰다고 저도 같이 재판받고 있다. 영업사원으로 쓰시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B씨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고 보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근로기준법 40조(취업 방해의 금지)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근로기준법 조항은 사용자 또는 3자에 의해 만들어진 근로자명부인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노동자의 취업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B씨가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받는 대상이 되는지였다. 이미 취업한 상태면 취업 방해의 목적이 있더라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판에서 B씨가 수습사원일 뿐, 취업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취업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문리적 해석과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법이 제정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취업을 한 사람에 대해 해고 등 불이익을 입을 수 있게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A씨가 B씨의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B씨가 취업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통상 수습은 정식채용 근로계약 체결 후에 일정 기간 견습 기간을 두고 채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습채용자도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노동법상 근로조건 보호 규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므로 B씨 채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근로기준법 조항이 취업자에도 적용된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통신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고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