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산별노조 간부 점거농성 참가 ‘업무방해 방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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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06 10:14산별노조 간부가 현장노동자들의 점거농성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방해 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집회에서 사회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의 업무방해 범행을 방조했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병승(46) 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에게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던 최씨는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자 지회 조합원 900여명은 그해 11월께 현대차 울산1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최씨는 당시 집회에 참여해 농성을 지원하고, 농성장에서 지회 조합원을 독려했다. 또 금속노조 공문을 지회에 전달하고,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업무방해 공동정범과 건조물 침입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건조물 침입 등 혐의만 인정해 최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업무방해 공동정범’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항소심에서 ‘업무방해 방조’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최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조합원들의 업무방해 범행을 인식하고 결의를 강화함과 아울러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의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집회 참가가 업무방해 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항소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최씨가 집회에서 사회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미쳤더라도 이는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공문 전달 행위’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으로서의 통상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작성 경위와 내용에 비춰 볼 때 공문 전달을 통해 지회에 생산라인 점거 자체를 직접 독려하거나 지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최씨의 ‘농성현장 독려 행위’는 점거현장에서 직접 이뤄진 것으로 지회의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며 업무방해 방조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방조의 범위가 넓어 기본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많다”며 “공장 내부는 산별노조 간부의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면 산별노조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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