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법원 “방문교육지도사 포괄임금제는 무효”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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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9-09 09:29법원이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들에게 적용한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주휴·연차·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주체는 수탁법인이라고 판단해 정부는 책임을 피했다.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주휴수당·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여가부 2015년 지침에 ‘주휴수당 포함 포괄임금제 적용’
정부·수탁단체, 수당 미지급 관련 서로 책임 전가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은혁 부장판사)는 방문교육지도사 A씨 등 137명이 정부와 대학 산학협력단·사회복지법인 등 22곳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정부에 대한 임금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서 교육지도사들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교육지도사에게 1명당 500만~1천만원의 수당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지도사들은 주 2회 다문화가정에 방문해 회당 2시간 동안 방문교육을 제공해 왔다. 그런데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주관부서인 여성가족부는 2015년 지침에 ‘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제 적용’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수탁단체들은 2015년 이후 교육지도사들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포괄임금제를 적용했다.
그러자 교육지도사들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 시간당 임금을 그대로 둔 채 주휴수당에 관해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것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이라며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지자체와 수탁단체들이 연차유급휴가를 주지 않았고 의무교육 참석, 업무상 회의 참석으로 인한 초관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일부만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가족부가 지자체와 수탁단체에 주휴수당에 관해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하라는 위법한 지시를 했다며 정부에 대해서도 미지급 수당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수탁단체와 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뤘다. 수탁단체들은 “교육지도사들에 대한 임금 지급 등은 각 지원센터 명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지도사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지원센터 또는 지자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정부가 지자체와 수탁단체들에 여성가족부 지침을 하달해 교육지도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 “임금 지급 주체는 수탁단체” 정부 책임은 면제
“교육지도사 방문교육 시간은 소정근로시간 해당”
그러나 법원은 임금 지급의무의 주체를 수탁단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탁단체들은 지자체에서 센터의 운영을 포괄적으로 위탁받았다”며 “센터가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됐으나, 보조금을 초과하는 운영자금은 수탁단체들이 직접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전제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지자체와 수탁단체들이 2015년 이전에 교육지도사들에게 지급한 시간당 임금은 법정수당을 제외한 기본임금에 해당한다”며 “2015년 이후 체결한 포괄임금제 약정은 그 이전과 동일한 금액을 시간당 임금으로 정하면서 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므로, 이는 결국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주휴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과 다르지 않아 교육지도사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함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교육지도사들의 방문교육 시간이 월별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수탁단체들에게 주휴·연차휴가미사용·초과근로수당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정부에 대해선 여성가족부의 지침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지급 방법에 반한다고 보면서도 임금 지급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성가족부의 지침은 국가 예산이 편성되는 사업에 관해 사업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운영 주체들의 재량권 행사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일종의 업무처리지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