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드라마 스태프 5명 중 4명 근로계약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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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9-14 10:00고용노동부가 드라마 제작현장 방송스태프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는데도 근로계약 대신 도급·턴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비롯한 법 위반 사항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5% 하루 14시간 이상 일해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기영)는 지부 소속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 33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고용형태에 대해 묻자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경우는 5명 중 1명(21.3%)에 불과했다. 개인(프리랜서) 도급계약을 한 경우가 50.5%로 가장 많았고, 용역료 산정기준 없이 총액만 명시하는 ‘턴키계약(감독급 팀장이 계약체결)’도 19.8%였다.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10명 중 8명이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의 관행·요구 때문”(77.5%)이라고 답했다.
드라마 제작현장을 관리감독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76.6%)였다. ‘턴키계약자(감독급 팀장)’가 20.4%, ‘본인’은 3%였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문제는 여전했다. 7월부터 5~49명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0시간 이내인 경우는 3.3%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실노동시간(이동시간 등 포함·식사시간 제외)은 ‘14~16시간 이내’가 31.2%로 가장 많았고, ‘16~18시간 이내’(30.9%) ‘12~14시간 이내’(14.7%) 순으로 조사됐다. 18시간 이상인 경우도 14.4%나 됐다. 주당 평균 근로일수는 ‘주 4일’이 41.4%로 가장 많았는데, 주 4일 근무라고 가정해도 15시간 이상이면 주 52시간을 넘게 된다.
노동부는 2019년 7월 드라마 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팀장급 스태프를 제외한 “현장 스태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에서는 감독급 스태프도 노동자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드라마 <마성의 기쁨> 촬영감독이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촬영감독인 원고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제작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노동부와 법원이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는데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급계약이 만연하고 스태프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방송관련법에 방송노동자 권익보호 명문화해야”
드라마 현장 방송스태프의 계약실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이날 오후 지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실제 드라마 현장의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그 내용에도 위법사항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업무시작과 종료시간, 휴게시간 등을 명시해야 하는데 이를 세세하게 정한 계약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일부 ‘현장 집합시부터 촬영종료까지를 업무시간으로 한다’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정해 놓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현장 근로계약 도입에 관해 2019년부터 논의를 이어 오던 4자 협의체(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지상파 3사·언론노조·방송스태프지부)도 파행된 상태다. 드라마제작사협회가 팀장급 스태프에 대한 근로계약 도입을 동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판이 깨졌다.
방송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방송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방송관련법에는 방송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고민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며 “영화의 경우 2015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이 개정돼 영화산업 노동자의 권익보호 등을 명문화한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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