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 “소급 적용한 임금인상분도 통상임금”...고정성 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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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8-23 09:44노사 합의에 따라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소급해 지급하기로 한 임금인상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고정성 요건을 완화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이 자일대우상용차(옛 자일대우버스)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피고 측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 중 원고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임단협에 따라 소급해 지급하는 임금인상분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일대우상용차는 매년 7~9월 중 임단협을 체결해 왔다. 임단협에 따라 인상된 기본급은 같은 해 4월부터 소급 적용됐고 임단협 이후 임금 지급일에 일괄 지급됐다. 다만 소급 적용된 임금인상분은 합의일을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했다.
원심 "임금인상 소급분, 통상임금 아냐"...고정성 부정
원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해 수당과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면서도 임금인상 소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임금의 경우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이 중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어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심 재판부는 임금인상 소급분이 노사 간에 '임금을 인상하고 인상된 임금을 소급해 적용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임금인상 소급분이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결정돼 최소한의 액수도 확정돼 있지 않고 임금협상이 체결될 당시를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됐다"며 지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 뒤집은 대법..."임금인상 소급분도 통상임금"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정한 이상 그것이 단체협상의 지연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소급 적용됐다 해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나 통상근로 이상의 근로에 대해 또는 소정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그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어 "임금인상 소급분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 등에서 이를 기본급, 정기상여금과 같이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정했다면 그 성질은 원래의 임금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시간당 임금을 1만 원에서 1만7000원으로 소급해 인상했다고 가정하면 임금인상 소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보다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이 오히려 더 적게 된다"며 "이는 통상임금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론"이라고 판시했다.
또 임금인상 소급분이 고정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은 매년 반복된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며 "노사 간 소급적용 합의의 효력에 의해 소급기준일 이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인상된 기본급을 기준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노사 합의는 소정근로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 평가 시점만을 부득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룬 것"이라며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인 만큼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고정성 요건을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도 매년 소급해 임금을 올렸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고정성의 요건을 다소 완화한 판결로 보인다"며 "재직자 요건을 허물었다고 볼 수는 없고 회사가 형식적인 내용을 만들어 고정성을 부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는 만큼 그러한 점들을 고려해 고정성을 완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https://m.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bi_pidx=32904&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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