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해고 회피 노력’ 발목 잡은 기본급 인상...대법 “일진전기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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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8-03 10:16일진전기가 통신사업부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를 해고한 데 대해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신사업부를 폐지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고 본 1심 판단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전체 매출액 중 통신사업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전환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도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에 준하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하고 이에 관한 증명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일진전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진전기 통신사업부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적자 104억 원을 기록했다. 일진전기는 2014년 통신사업부 폐지를 결정하고 소속 근로자 56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3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일부는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됐다. 희망퇴직 추가 접수에도 응하지 않던 나머지 6명은 결국 해고됐다.
일진전기 '통신사업부 독립' 여부 놓고 판단 엇갈려
이들 6명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서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일진전기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통신사업부를 폐지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통상해고로 보고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이 엇갈린 대목은 통신사업부의 독립성이다. 통신사업부의 인적ㆍ물적 조직과 실제 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폐업에 따른 통상해고가 가능하다. 대법원은 일부 사업의 폐지가 사업 전체를 폐지하는 것과 같다면 어디까지나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로 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진전기 통신사업부가 독립된 사업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통신사업부를 독립적 사업체로 보고 통상해고로 인정한 판단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언급된 근거는 재무제표다. 일진전기 재무제표는 하나의 법인을 기준으로 단일하게 작성ㆍ공시됐다.
대법원은 "원고(일진전기)가 제출한 기업자원관리 시스템(ERP)상으로는 사업부별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구별되지만 이는 회계 편의를 위해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하다"고 봤다.
채용공고와 근로계약서 작성은 통신사업부를 관할하는 일진전기 전선사업본부장 전결로 처리됐다. 근로자들이 일진전기 필요에 따라 다른 사업부로 전환배치됐던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다른 사업부와의 제조 공정이 유사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일진전기 각 사업부 사이에 업무종사의 호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전력선과 통신선 제조 공정이 유사해 통신사업부에 종사한 근로자는 비교적 단기간의 직무교육을 거쳐 전선사업부에 편입될 수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각 사업부마다 생산품목과 공정이 다르고 소속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기술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업부에서 특정 설비를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데 적지 않은 숙련기간이 필요한 점을 함께 고려하면 사업부 간 인적 교류도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2심은 "사업부별로 재무ㆍ회계 관리와 인사권의 행사가 사실상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며 "각 공장별로 별개의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고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의 체결도 별개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매출 감소세'ㆍ대법은 '통신사업부 비중' 초점
일진전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예비적 주장으로 제시했다. 사업부 폐지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경영 악화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1ㆍ2심 재판부가 긴박현 경영상 필요를 인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법원은 통신사업부를 독립된 사업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를 일진전기 전체 경영 실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일진전기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출ㆍ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2013년과 2014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했다"며 "통신사업부 영업이익은 적자 추세지만 일진전기 전체 영업이익과 그 증감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봤다.
실제 통신사업부 매출이 일진전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그쳤다. 2014년 매출 7856억 원 가운데 통신사업부 매출액은 2.4%인 194억4000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기본급 인상률은 9.5%였다.
대법원은 "일진전기 매출액ㆍ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 등 경영 실적과 전체 인건비 규모에서 이 사건 해고 근로자 6명이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경영 악화 방지를 위해 인원을 감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달리 1ㆍ2심 재판부는 일진전기 전체 매출액이 감소세를 보인 점에 주목했다.
일진전기 2014년 매출액은 2010년보다 약 25% 감소했고 2012~2014년 재무제표상 차입금 규모도 2700억 원을 웃돌았다. 2012년만 보면 통신사업부 영업손실은 32억8000만 원으로 일진전기 전체 영업손실(59억8000만 원)의 절반이 넘었다.
'해고 회피 노력' 발목 잡은 기본급 인상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는지에 관한 판단은 대법원과 1심 재판부 결론이 같았다.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해고를 하려면 먼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2014년 직원들 기본급을 9.5% 인상했던 사실은 여기서도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은 "기본급 인상이 노사 간 임금협상에 따른 것임을 고려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 조치를 한 것은 정리해고를 피해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있었음을 추단하게 한다"고 봤다.
노조가 교대조 편성ㆍ임금 자진 반납 등을 제시했지만 일진전기가 비상경영안만을 관철시키려 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2심 재판부는 기본급 인상 폭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생산직 기본급을 인상했지만 전체 생산직 중 통신사업부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며 "생산직 기본급은 최저임금 정도로 형성돼 이 기간 평균 임금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으로 보여 해고 회피에 반하는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일진전기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전환배치 대상자와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환배치 기준이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준하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하고 이에 관한 증명 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앞서 전환배치를 실시하는 경우 전환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은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해고 대상자 선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환배치 기준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준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하고 이에 관한 증명 책임 역시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문성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기업 전체로는 순이익을 내면서 특정 사업부가 부진할 때 그 사업부만 폐지하면서 소속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통상해고로 인정되면 엄격한 정리해고 요건을 회피해 손쉬운 해고가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통상해고와 정리해고 구별 기준을 분명히 하고 통상해고가 인정되기 위한 예외적 사유 존부에 대한 증명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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