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가사근로자법 16일 시행, 현장은 ‘기대’ 반 ‘우려’ 반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2-06-07 12:42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였던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일부 사회적 협동조합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을 받으려 준비 중이지만 가사노동자 직접고용에 따른 수수료 인상으로 시장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인증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유인책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회보험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도록 한 법이다. 가사노동을 중개·알선하는 기존 업체가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지 않는다면 법 시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 상승 압박에 사회적기업 도태 우려”
6일 <매일노동뉴스>가 취재해 보니 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협동조합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협동조합 행복한돌봄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 준비로 한창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자 지위 인정은 누구보다 바랐던 일이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행복한돌봄 관계자는 “4대 보험이나 퇴직적립금 등을 공제하면 기존에 일하는 분들이 받던 수수료에서 25% 정도가 줄어드는데,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가사노동자가 가져가는)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비용 인상시 인증제공기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있을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안착하려 부가세를 감면하고 고용보험·국민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지원을 받는 쪽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행복한돌봄 관계자는 “두루누리 사업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지만 선생님(가사노동자)들 연령이 많다 보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분이 대부분”이라며 “신중년 일자리 지원사업도 기본급여가 180만원 이상인 경우 일부 금액을 지원한다는데 180만원을 채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13만7천명이다. 이들의 연간 임금은 1천140만원으로 월 임금이 95만원 수준이다.
공익적 취지로 운영되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법 시행 후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경우 일부 대형 플랫폼과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성동행복한나눔 협동조합 관계자는 “시장 가격에 대형플랫폼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플랫폼의 경우 다른 기업에서 투자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운영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한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 기업들은 지역에서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급여나 복지가 좋은 곳으로 몰릴 테니 악재가 겹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책 효과 ‘글쎄’ … 확대해야”
가사근로자법이 가사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취지대로 제 역할을 하려면 결국 정부 인증을 받으려는 유인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동행복한 나눔 관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 지원은 일시적”이라며 “지원기간을 확대하거나, 영세한 업체나 비영리 법인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대중 공인노무사(노무법인 길)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인증기관들이 초창기에 정착해 나갈 것인지, 특히 비영리기관은 영리기관과 협력하고 경쟁하는 관계인데 사회적 경제 영역에 있는 영리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관들을 특별히 지원하거나 보호하는 제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사서비스가 보편적 돌봄의 가치의 성격으로 확대되고 있으니 인증기관이 어떻게 사회적 돌봄의 관점에서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들이 입법 과정에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가사근로자의 권익향상과 가사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 공익적 제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해 법 제정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은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행복한돌봄 관계자는 “현재는 가사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제공기관을 만들어 표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의 선택이 있어야 하는데, 이용자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홍보도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