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방산업체 노조 연장·휴일근로 거부, 대법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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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10 09:42방위산업체 노동자가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행위는 방산업체 종사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연장근로 거부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
현대로템 지회, 연장근로 거부
방산업체 쟁의행위 금지 혐의 기소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합 전 현대로템지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6명에 대한 원심의 유죄 부분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온 지 무려 6년 만의 결론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현대로템지회 파업이다. 지회는 기본급·성과급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 350여명은 파업을 결정했다.
그해 7월10일 오후 1시10분부터 1시간50분 동안 창원공장 주차장에서 ‘지회 쟁의대책위원회 및 정당방위대 발대식’을 개최하고 근로제공을 거부했다. 검찰은 지회 조합원들이 41회에 걸쳐 부분파업을 하고 연장근로·특근을 거부했다며 김 지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기소의 주된 근거는 지회의 근로제공 거부가 노조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노조법(41조)에 따르면 방위사업법에 의해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지회 조합원은 방산업체 소속으로 쟁의행위가 금지된다고 본 것이다.
하급심 “유죄” 벌금형 선고
대법원 “연장근로 거부 쟁의행위 아냐”
1심은 지회의 파업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김 지회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조합원들도 벌금 400만~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주거침입·재물손괴 혐의까지 추가 적용된 지회 간부 강아무개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연장·휴일근로 거부는 쟁의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것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회사가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연장근로를 요구한 것이 아닌데도 조합원들이 기존 작업에 대한 연장근로를 거부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업무 관행에 따라 연장근로가 이뤄진 부분도 유죄 근거로 제시했다.
방산업체의 쟁의행위와 관련한 노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지회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지회의 쟁의행위로 인해 방산물자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었다는 사정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지회측은 각각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해 형이 감경됐다. 2심은 양형이 무겁다는 지회측 주장을 인정했다. 김 전 지회장은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됐고, 나머지 조합원들도 벌금 200만~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량이 깎였다. 다만 1심과 동일하게 연장·휴일근로의 집단적 거부는 쟁의행위로서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연장·휴일근로 거부는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지회의 사전 동의를 얻고 필요시 신청을 받아 연장·휴일근로를 실시해 왔을 뿐 일정한 날에 연장·휴일근로를 관행적으로 해 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장·휴일근로 거부의 쟁의행위 해당 여부는 “엄격하게 제한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연장근로 집단적 거부와 같이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함과 동시에 근로자들의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는 쟁의행위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지회측을 변호한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쟁의행위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향후 특근거부 등 준법투쟁을 쟁의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