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시험 안 치고 정규직” 혐오에 상처 ‘노조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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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15 09:04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가 해산했다. 정규직 전환이 하염없이 지체된 데 따른 피로감과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일부 정규직 직원의 행태에서 받은 배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희망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9~10일 총회에서 조합원 11명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3월24일 지부가 창립한 지 1년2개월여 만의 일이다.
지부 해산 배경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서울교통공사에 민간위탁운영 중인 고객센터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지난해 1월 희망연대노조에 개별 가입하고 조속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해 왔다. 같은해 3월에는 지부가 결성됐다.
희망연대본부는 서울교통공사 내외부에서 가해진 고객센터 노동자에 대한 폄훼와 혐오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는 고객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기 위해 삭발과 단식농성을 벌였다.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선전물에는 “특혜성 직고용 반대” “아빠 저도 시험 안 치고 공사 직원 시켜주세요” 같은 문구가 담겼다. 이 같은 행태는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과건강·녹색병원이 지난해 8~9월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노동자 21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와 해석상담을 진행한 결과 16명이 심리상담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각각 8명이 ‘위험’과 ‘주의’ 집단으로 분류됐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견딜 수 없었던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줄퇴사’가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는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했다. 노·사·전 협의기구는 1차 본회의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임금·처우에 대해서는 실무논의를 통해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사측이 지하철 역사 안전시설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 서울도시철도ENG㈜ 소속으로 전환하고 호봉과 경영성과급 등에서 차별을 둔 ‘비처우대상’ 임금체계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규직 전환 협의에 진척이 없다.
엄민지 전 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규직 직원들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정규직 노조 차원에서 이런 폄하와 왜곡을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엄 전 지부장은 “지부가 거절할 것을 알면서도 서울도시철도ENG 비처우대상을 제시하는 것은 공사측의 시간끌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