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가 과로를 하지 않는 적정 노동시간은 1주당 48시간, 적정 배송량은 300개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택배노조가 ‘공짜노동’으로 지목한 분류작업만 제외해도 과로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는 실증분석도 나와 관심이 쏠린다. 택배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서 작업시간을 1주 최대 60시간으로 정했는데 과로사를 막으려면 추가 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장태원 한양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7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프로그램으로 열린 ‘택배산업 노동자의 과로방지 대책 모색’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장태원 교수는 ‘과로사 대책 1차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의 적정 작업시간과 적정 배송량의 연구용역을 맡았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1월 1주 최대 작업시간을 60시간으로 하되, 구체적 작업 기준은 연구를 통해 정하기로 하면서 이뤄졌다.

연구팀은 지난 5월 2주간 택배 4개사 소속 택배노동자 91명에게 심박수 측정장비를 착용하고 일하도록 했다. 택배기사 배송구역은 아파트와 주택·빌라·상가 밀집지역, 시골·도서지역 등 세 곳으로 나눠 선정했다. 심박수 측정을 활용한 신체부하량 평가를 통해 적정 작업시간과 적정 배송량을 산출했는데, 최대 허용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을 비교해 신체부하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최대 허용 노동시간(MAWT)은 해당 업무를 신체 피로(심장의 과부하)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최대 시간으로 220에서 나이를 뺀 최대 심박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최대 허용 노동시간보다 적게 일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낮다. 최대 허용 노동시간을 초과하면 육체적 과로에 해당해 조치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택배기사의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이보다 3.5시간이 더 긴 11.5시간으로 조사됐다. 분류작업을 제외한 배송작업만 분석하면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7.4시간으로 줄고, 실제 노동시간은 이보다 0.4시간 긴 7.8시간으로 조사됐다. 요일별 편차도 컸는데 택배물량이 몰리는 화요일은 실노동시간이 13.2시간으로 최대 허용 노동시간(7.6시간)의 두 배에 육박했다. 측정기간 택배노동자 1인당 배송물량은 332.4개를 기록했다. 택배사에 따라 400개가 넘는 곳도 있었다.

장 교수는 “분류작업을 제외하고 배송작업만 할 경우 신체부하가 크게 감소해 과로 위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체부하지수(최대 허용시간-실제 노동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배송량이다. 장 교수는 “배송량이 300건 미만인 경우 실노동시간은 7시간으로 최대 허용 노동시간(7.9시간)을 넘지 않았는데 배송량이 300건을 넘어가면 실노동시간은 7.4시간으로 최대 허용 노동시간(7시간)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된 노동시간은 1주 최대 60시간인데 과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며 “연구 결과 택배기사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일 평균 8시간으로, 1주 노동시간은 48시간 이하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초과할 경우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