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8년 만에 제정된 가사근로자법, 어떤 변화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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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6-28 09:38'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이 지난 5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이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가사근로자가 법체계 속에 편입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을 공포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그동안 가사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는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법 제정으로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68년 만에 가사근로자는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정부는 가사근로자를 유급으로 고용하고, 서비스 제공 중 생길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한다는 것이다.
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에게는 일부 특례조항을 제외한 노동관계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법안에는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1년 남짓 남은 지금, 이 법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현장에서 앞으로 이해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노동법률>이 짚어봤다.
◆ '기대 반 우려 반' 근로자, '회의, 환영, 관망'으로 갈라진 사용자
"법이 통과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일하다가 실수로 물건을 파손하더라도 회사 차원으로 보험이 들어가 있어서 안심돼요. 다치는 상황에서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요" 모바일 플랫폼 대리주부에서 가사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얘기에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우려도 나온다. 법적 보호를 받게 된 대신 4대 보험을 가입해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YWCA연합회 소속 가사근로자 B씨는 "보험료를 내게 되면 그만큼 월급이 적어져요. 아들이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금껏 저는 피부양자로 돼 있었는데, 이제 꼼짝없이 다 내게 됐네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가사근로자들에게 보험료는 부담스럽다. 받는 월급이 워낙 적어서다. 한 예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플랫폼을 통해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플랫폼 노동 소득이 월평균 소득의 60% 이상에 해당하는 총 357명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랫폼 가사근로자의 소득은 월평균 104.8만원으로 조사됐다고 이달 13일 밝힌 바 있다. 법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보통 한시간의 가사노동은 최저시급이나 그 이하로 받는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퇴직금 등의 혜택을 크게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보통 퇴직금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커지는데, 근로자들이 고령화된 만큼, 퇴직금에 큰 기대를 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 소속 C 씨는 "솔직히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어요. 일하는 사람들 나이대가 보통 60대 후반이고, 70대들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한편 온ㆍ오프라인 업체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기존의 직업소개소 형식을 띤 오프라인 알선업체는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현실적으로 법을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가사노동자 알선업체 '삼성 취업/파출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증기관을 정해주기만 하면 뭐하나. 실제로 도움이 돼야지. 정부인증기관이 되려면 업체가 법인을 설립하고 사회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여긴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다"면서 "정부가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지 않는 이상 업체들이 법을 따라가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업체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적극적으로 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며 이목을 끈 모바일 플랫폼 '대리주부'는 법안 제정이 서비스 질 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홈스토리생활 한정훈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고용 개선만이 서비스 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환영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같은 업계의 모바일 플랫폼 '미소'는 법이 시행된 후 직고용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에게 근로 계약을 제공하기 위해 내부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좀 더 관망하는 입장도 있었다. 모바일 플랫폼 '청소연구소'는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면밀하게 검토할 생각"이라고 유보하는 입장을 표했다.
◆기존 오프라인 업체 타격 불가피, 서비스 질 생존 주요 변수 예상
이번 법 제정으로 기존 오프라인 알선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빠르게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사' 키워드가 포함된 구인 구직 공고의 증가로 온라인 가사 서비스 수요의 증가를 추측해볼 수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2021년 1~5월 '가사' 공고량은 전년 동기대비 269.6%가 늘었다. 같은 기간을 2019년 1~5월과 비교해보면 362.5%가 늘었다.
한 관계자 또한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오는 고객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이런 추론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이유는 서비스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오프라인 알선업체가 중개해주는 방식과 달리 서비스 질 개선을 통해 다양한 편리성 및 품질신뢰도를 높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앞서 언급한 모바일 플랫폼 '대리주부'다. 대리주부는 고객 후기와 평점을 확인해 가사도우미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마스터 매니저'라는 제도를 통해 업체가 인증한 가사도우미에게 차등 요금을 부여했다. 한정훈 홈스토리 대표는 "가격이 더 비쌈에도 고객들은 업체 인증을 받은 '마스터 매니저'를 선호한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매니저의 청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온라인 업체들이 한발 더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이전이긴 하지만, 비주얼라이징, 매니저 교육, 서비스에 따른 차등 가격 지급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서비스 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정부인증기관으로 선정되기가 더욱 유리하고, 이로 인한 혜택 또한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5월 21일 보도자료에서 법 제정으로 정부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이 시행됨에 따라 가사서비스의 책임성, 신뢰도 및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었으나, 대부분 개인 간의 계약 등 비공식적 방법으로 제공되어 양질의 가사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 근로자, 업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질'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서울에 거주하며 '청소연구소'를 이용 중인 직장인 E씨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너무 비싸지 않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데도 직접 하기가 싫어서 사람을 부르는 거니까, 돈보단 집이 얼마나 깨끗한지 조금 더 주의 깊게 보게된다"고 말했다.
가사근로자도 마찬가지였다. YWCA연합회 소속 B씨는 "보통 돈은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툼의 원인은 되지 않는다. 반면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청소가 고객 마음에 안 들 경우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소연구소는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교육을 받은 매니저 서비스의 신뢰도, 앱의 편의성 및 서비스 질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경향은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맞벌이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그간 가사서비스 이용 시 아쉬웠던 점으로는 ▲ 종사자의 신원보증(32.4%), ▲소개기관의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 부족(26.7%), ▲종사자의 잦은 변경(15.7%)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사적 영역인 가사업무의 특성상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 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청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그 외 변수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우선한다는 얘기다.
◆급격한 가격 인상? 단기간엔 NO, 서비스 상향평준화ㆍ정부 지원과 함께 시장가격 자연스레 맞춰질 듯
한편에서는 이번 법안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무비, 부가세 등 업체의 부담이 커진 이상 소비자 가격으로 부담이 전가되고, 급격한 가격인상이 이뤄져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현행대로 가사근로자가 급여를 받는다고 가정해볼 때, 퇴직금ㆍ보험료ㆍ연차수당 등 약 30%의 노무 비용과 부가세 10%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사노동자들이 제도권에 진입한 대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비용 상승에 대해선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급격한 소비자 가격 인상은 기우로 보인다. 업체들이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수요 증가로 시급 인상과 가격 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법 때문은 아니었다. 당분간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모니터링 중이지만 당분간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같은 업계 관계자도 "당장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 너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시장이 허락하는 가격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신, 업체들은 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번 법안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조세 감면 및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기로 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내기 위해선 빠른 요금인상이 필요하지만, 법안에 적힌 정부 지원을 기대하며 인내 중이다"라면서 "'가사노동바우처' 등 소비자들이 가사노동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고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 또한 "비용 상승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법이 사문화될 우려도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 예산을 담당하는 처에서 통 큰 지원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박소망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2549&sPrm=in_cate$$104@@in_cat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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