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법원, “삼성전자 인센티브(PI·PS), 임금 맞다…퇴직금에 포함해야” 파장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06-18 10:42삼성전자 인센티브가 평균임금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나온 결과인데다, 이전에 삼성전자에서 제기된 동일한 1차 소송의 판결과도 결론이 엇갈려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성과급(PS·PI), 퇴직금에 포함 안돼"···퇴직자 소송 법원서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는 6월 17일, A씨 등 근로자 956명이 삼성전자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소가는 37억에 육박한다.
A씨 등은 프린팅 사업부에서 근무해 온 근로자들이다.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퇴직금을 계산할 때 인센티브를 산입하지 않아 왔다.
이에 원고 근로자들은 "인센티브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이기 때문에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인센티브를 제외해서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지급했으므로, 이를 포함해서 퇴직금을 재산정하고 부족한 액수를 추가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센티브는 근로제공과 관련 없다?...법원 "개별 근로자 노력이 모인 결과가 인센티브"
삼성전자 측은 먼저 인센티브가 근로제공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영목표 달성 내지 경제적 부가가치(EVA) 발생이라는 요건을 전제로 한다"며 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평균임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근로자의 근로제공이 사업부별 경영목표 달성이나 경제적 부가가치 발생에 기여한 바가 없다"며 인센티브는 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물론 어느 한 근로자의 근로만으로 경영성과 달성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개별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회사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를 근거로 "개별 근로자들이 경영성과에 직접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회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삼성전자 측은 그 외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경제적 부가가치 발생 여부는 세계 및 국제경제 상황, 동종 업계 동향 등 개별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외부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며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회사가 승소한 삼성전자 1차 판결의 선고 내용을 그대로 주장한 것.
하지만 재판부는 "근로자 노력에도 경영목표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실제로 지급된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퇴직 직전 어느 사업부 소속이었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부당하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센티브 액수에 다소 변동이 있다고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게 오히려 제도의 근본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1차 판결 재판부의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한 모양새다.
삼성전자 측의 규정도 '인센티브가 임금'이라는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 HR규정에서 '임금'을 '월급여, 상여, 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된다고 정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본 것. 재판부는 "이 급여규정은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 즉 임금이라고 기초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외에 삼성전자 측은 "인센티브는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므로 고정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퇴직금은 통상임금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 평균임금을 전제로 한다"며 고정성 요건이 필요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그 밖에 재판부는 "1994년 이래 매 반기마다 목표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고, 2000년 이래 매년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며 "이는 인센티브가 회사 임금체계로 확고하게 편입됐고, 노사 간 지급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인식과 확신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인센티브 지급률을 경영진이 결정할 재량이 있다는 점만으로 인센티브가 은혜적 금품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회사 급여지급 실태나 근로자 인식과 전혀 맞지 않는 자의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엄청난 파급효 예상"
이번 판결의 파급효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벌어진 유사 퇴직금(평균임금 추가 지급) 사건에서 회사가 연전연승하면서, PSㆍPI 평균임금 소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 퇴직 근로자들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청구한 1차 소송 2심 선고에서는 삼성전자 측이 승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의 손을 들어준 1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현대해상화재보험 사건(관련기사: [단독]법원, "기업 경영성과급, 임금 맞다…퇴직금에 포함해야" 파장 클 듯)에서 근로자 측이 승소하면서 업계가 한번 술렁인 이후, 이번 삼성전자 2차 소송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하면서 이제 "최종 결과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같은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제기한 같은 취지의 소송인데, 그 결과가 정반대라는 점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오후 판결 근로자 측 소송대리인은 민주노총 법률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앞서 나온 현대해상화재보험 판결은 삼성전자와 사실관계에서 다르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SK하이닉스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변호사는 "삼성전자 1차 소송 2심에서 회사가 승소한 것이 아직은 회사 측에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1차 소송 재판부의 판단을 이번 2차 소송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이 법원의 판결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속된 말로 큰 판이 열렸다"며 "엇갈리는 소송 결과가 사법리스크를 불러왔다고 평가 받았던 '통상임금 판결 파장'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경영 성과급'을 지급한 이유가 회사 주주들에게 분배돼야 할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나눠 준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들의 '과거' 근로에 대한 보상 또는 '장래' 생산성에 대한 유인으로 지급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판단에 있어서도 '경영성과급 명칭이 아니라,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2517&sPrm=in_cate$$104@@in_cate2$$0]
- 이전글[기사] "반시장 규제 청산해야"...청년ㆍ학계ㆍ관계ㆍ법조계, 일자리 문제 대안 찾는다 21.06.21
- 다음글[기사]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연차 못 쓰고 근무환경 열악해” 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