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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단독] 현대제철 판정문으로 본 원하청 교섭...중노위는 무엇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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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5-30 09:40 

원청인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의 교섭 상대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오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6월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상대라는 'CJ대한통운 판정' 이후 나온 첫 판단이자 제조업 사내하청 가운데 최초 사례였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현대제철과 사내하청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면서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만큼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CJ대한통운 판정과 같은 취지다.
 
이번 판정에서는 원청이 교섭 상대일 경우 하청업체 안에서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판단한 점이 눈에 띈다.
 
초심 판정 뒤집은 중노위..."현대제철, 사내하청노조 교섭 상대"
 

29일 <노동법률>이 입수한 판정문을 보면 중노위는 '현대제철 원ㆍ하청 교섭' 판정 당시 현대제철이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의제를 하청노조와의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노위는 지난 3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 중 일부를 인용했다. 현대제철은 지회 교섭 상대가 아니라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한 것이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회가 요구한 나머지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관련 협의 등의 의제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교섭에 나설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회는 앞서 원청인 현대제철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지회 조합원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면서 교섭을 거부했다. 지회는 현대제철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충남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다.
 
충남지노위는 지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한다면 교섭 상대가 될 수 있지만 현대제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배력설은 근로조건이나 노동관계에 대해 지배력을 갖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는 학설이다.
 
충남지노위는 당시 "도급계약에서 생산물량에 따른 지급단가를 현대제철이 정하기는 하지만 실제 투입 근로자를 누구로 정할지, 노동력 투입 범위는 어떻게 할지 등은 모두 협력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했다"며 "(협력업체가) 실제 투입 근로자들의 주요 근로조건 및 임금, 근로형태 등을 결정한다"고 봤다.
 
중노위, 작업환경 결정 주체 '주목'..."현대제철이 좌우"
 

그러나 중노위 판단은 달랐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은 산업안저보건 의제에 관한 노동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지회의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노위가 들여다본 대목은 작업환경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조건은 작업환경에 따라 좌우된다. 현대제철이 작업환경을 좌우하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중노위는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조건은 작업내용과 이에 수반되는 작업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며 "원청 근로자들과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이 전체적인 시설관리권을 보유ㆍ행사하는 같은 사업장 내에서 부분적이라도 복잡ㆍ다양한 산업재해 위험원에 함께 노출될 수 있는 공통의 작업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사업장 전체에 대한 시설관리권에 근거해 사업장 내 시설ㆍ장비ㆍ장소ㆍ위해물질 등 각종 유해ㆍ위험요인을 관리ㆍ통제하고 있다"며 "도급계약상 우월적 지위에서 사내하청 협력업체에 일정한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설정ㆍ준수하게 하고 이를 점검ㆍ평가하는 등 지회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에 대해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일정한 지배ㆍ결정력을 보유ㆍ행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제철은 지회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내용과 작업환경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지배ㆍ결정력을 보유ㆍ행사해 온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지회 근로자들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차별시정ㆍ불법파견' 의제는 교섭 의무 부정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지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 결정을 근거로 현대제철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앞서 원청 근로자와 사내하청 근로자 간 의료비 지원ㆍ성과급 등의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적정한 도급비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중노위는 "현대제철 지시나 지침에 따라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가 결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입증자료가 있다"며 "지회가 요구하는 차별시정 의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ㆍ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존재한다"고 봤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성과급과 관련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노위 판단이다.
 
중노위는 "(인권위 결정은) 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차별행위의 존재 여부를 논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작업장식 및 작업시간, 복무 등 근태관리 등의 결정에 있어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판단하면서 차별시정을 권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파견 해소ㆍ자회사 전환 의제에 관한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현대제철이 불법파견 형태로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사용했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불법파견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이에 관한 교섭 의무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원청이 교섭 의무를 갖게 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노위는 원청이 교섭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하청업체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봤다.
 
지회를 대리한 이두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지노위에서 사측은 창구 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원청의 교섭 의무가 부정돼야 함을 징표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해석의 필요성이 있는 쟁점"이라며 "이번 판정은 창구 단일화 절차가 하청 각 업체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 지배' 입증이 관건..."입증 수준 높게 설정" 비판도
 

중노위가 CJ대한통운 판정 이후 지배력설과 관련해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배력설에 따라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 교섭 의무를 갖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노위는 앞서 CJ대한통운이 택배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로 조직된 노조의 교섭 상대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제철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 의제만 교섭 대상으로 인정된 이유는 입증 문제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의 경우 현대제철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노동법 교수는 "현대제철 판정에서 (지배력설과 관련해) 새로운 법리가 제시되지는 않았고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서만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나머지 의제는 입증이 부족해 인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노위가 입증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입증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배력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중노위가) 법원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여러 차례 지적한 것으로 미뤄볼 때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의제들에 대해서는 권리분쟁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닐지 예상한다"고 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4381&sPrm=in_cate$$104@@in_cat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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