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원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땐 기간제 안 돼”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2-06-02 09:362년 넘게 일한 파견노동자뿐만 아니라 무허가 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사업주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직접고용의무 이행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대전 을지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불법파견에 따른 직접고용 시정지시 내렸지만
2년 미만 근무자 기간제로 채용, 1년 만에 계약종료
사건은 2017년 8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해 7월 대전 을지대병원 용역업체 소속 90여명의 노동자가 불법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점을 확인하고 이듬달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병원측은 이들 중 2년 이상 근무 중이던 52명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년 미만 근무 중이던 45명은 기간제로 직접고용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 8월, 기간제로 채용한 이들 가운데 13명은 근로관계가 종료됐다. 정규직 전환(당시 근무기간 1년 이상) 또는 계약갱신(당시 근무기간 1년 미만) 심의 대상자들을 상대로 한 직원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13명 중 노조 조합원 8명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충남지노위는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중노위는 2019년 3월 “갱신기대권이 있고 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구제신청을 낸 8명은 병원에서 간호업무 보조, 환자 인솔·응대, 물품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의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사측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인지 여부 △기간을 정한 계약이라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갱신 거절의 합리적 사유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근로관계를 형성한 이후의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병원측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없어 중노위 판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고용의무 이행시 무기계약 체결해야”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이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근로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2017년 9월1일 사용사업주인 병원측의 직접고용의 의사표시에 의해 그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간제 근로형식으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와 일시적으로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계약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사실상 직접고용관계로부터 손쉽게 벗어날 수 있게 돼 입법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충분한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며 “업무 특성상 기간의 정함이 불가피하다거나 기간의 정함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기간제 근로 형식으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문수 노조 대전을지대학교병원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에 “부당해고된 8명에 대해서는 지부와 체결한 단협에 의거해 임금상당액 지급 및 복직이 신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