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중노위는 왜 CJ대한통운을 택배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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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6-03 10:41이번 '씨제이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하청노조)가 원청인 씨제이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이다. 즉 원청과 하청, 택배기사 노조 간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다.
요약하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원청이 거부하자, 하청노조가 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노위가 초심을 뒤집고 원청이 단체교섭 상대방이라고 판정한 만큼, 그 내용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통상 노동위원회 판정문은 결과 통보일로부터 한 달 정도 후에 나오는 만큼, 그 구체적인 내용은 초심지노위 판정문이나 사건에 참여한 대리인들의 의견을 취합해 추측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결과 통보 당일에 신속하게 보도 참고자료를 내 눈길을 끈다. 상당히 꼼꼼하게 준비를 해 왔고, 판정문의 논리가 구체적으로 완성됐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중노위는 "노조가 요구한 교섭의제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은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씨제이 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전부 결정하거나 전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 중 일정 부분에 대해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중첩적으로 교섭의무를 가진다는 의미"라며 "이번 판정은 개별 사안을 다룬 것일 뿐,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을 보면, 이들의 생각은 중노위와 달라 보인다. 노동계는 한껏 고무된 상황인 반면, 재계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노위가 밝힌 판정 근거는
결국 씨제이 대한통운이 하청 노조의 교섭상대방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돼야 한다. 그런데 하청 노조는 하청인 대리점과 근로계약관계를 맺었을 뿐, 원청 노조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원청을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래서 이 사건을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이슈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도자료를 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일명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 관련 대법원 판결'의 논리를 가져가 쓴 것으로 보인다. 이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했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하청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하청)가 아닌 원청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실질적 지배력설'이라고 하는데, 노조 측도 초심 지노위서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중노위서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이견이 있다.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은 부당노동행위 중 '지배·개입'과 관련한 판결이다. 지배개입이란 사용주가 노조의 설립이나 운영에 개입한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는 지배개입이 아니라 '교섭 거부'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다. 두 부당노동행위의 양태가 엄연히 다른데,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에도 '실질적 지배력설'을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선 확립된 대법원 판결이 없다. 하급심은 있지만 판단이 엇갈릴 정도로 법리 판단이 쉽지 않다.
2007년 선고된 대구고등법원 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 바 있다. 가깝게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이 '불법 쟁의행위'를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가져다 쓰면서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판단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관련기사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사용자" 판결 또 나와···중구난방 하급심, 점입가경>
반대로 "단체교섭 제도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하거나 변경…가능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며 "(지배·개입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지배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업체가 … 사용자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도 있다(부산고등법원 2018나53149). 이 외에도 씨제이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불법 파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씨제이 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의견은 "지배개입과 단체교섭은 엄연히 다르고, 특히 단체교섭은 '근로계약'과 밀접하다"며 "단체교섭 상 사용자로 인정되려면 근로계약 관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 관계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실질적 지배력 이상의 종속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는 그간 이 논리를 고수해 왔다.
근로자를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실질적 지배력설'의 논리를, 개별 근로계약과 밀접하게 연관된' 단체교섭'이라는 분야에까지 끌어다 쓸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뒤집힌 초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도 이런 우려를 비친 바 있다. 지노위는 "(대리점 택배기사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CJ대한통운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당위성과 별개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를 인정하는 기준으로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다면, 구체적 사안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판정 내린 바 있다.
특히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까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결국 중노위가 어떤 논리로 이런 우려 지점을 해결했는지를 두고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법원 판례의 입장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사이에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였다"며 "이번 중노위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향후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판정에 CJ대한통운이 불복하고 법원을 향하게 된다면, 추후 법원에서는 법리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정 파급효, 가늠하기 어려워
이번 판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만큼 그 파급효를 겉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유통업계 노무 담당자는 "이 판정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한때 사무실이 웅성웅성했었다"고 전했다.
한 대형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노위 해석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로펌 입장에서도 기업들에 '하청 근로자들을 대할 때 현대중공업 판결의 실질적 지배력설을 기준으로 하라'고 안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섭에 막상 적극 응할 경우 불법파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피하려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하는 경우, 이는 하청업체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명령으로 인정되어 불법파견 리스크가 높아지게 된다"며 "원청 입장에서는 교섭에 응하던 응하지 아니하던 형사 처벌의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정의 파급효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CJ대한통운도 앞서 언급했듯 택배노조가 행한 쟁의행위가 불법파업인지 여부와 관련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데, 이 사건에서도 CJ대한통운이 사용자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다른 사업장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 등 하청 노동자 이슈가 상존하는 사업장 몇 군데는 심지어 같은 쟁점으로 노동위원회 등에서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관련기사 <현대차 하청 비정규직지회, 원청에 "직접교섭 하자"…잇따른 교섭요구에 재계 '긴장'>
다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와 공공운수노조 소속 하청업체 노조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에서 "해당 조정신청 사건은 당사자 간 노동쟁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우리 위원회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 소속 12개 비정규 사업장 노조는 원청 기업들에 교섭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공동으로 조정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이들 역시 기업들에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거부 당하자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 소속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당사자 간 조정대상으로 볼 수 없어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관련기사 <중노위 "하청 노조, 원청 상대로 파업 못한다">
이번 판정 이후 사업장의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대거 교섭요구에 나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그 귀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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