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택배노조, "7일부터 분류작업 거부...사회적 합의 이행 유예 반대한다"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06-07 09:25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오는 7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 조합원 6500명 정도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이하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에 따른 조치다.
택배노조는 4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사회적 합의기구 진행 상황에 대해 알리고 분류작업을 거부할 것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외에도 경기도, 대구ㆍ경북, 부산, 울산, 대전, 청주 등 13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지난해 택배노동자가 잇달아 과로로 사망하자 택배노조와 정부, 택배사로 구성된 통합물류협회, 대형화주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기사 업무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1차 합의를 체결했다.
다만 현재 택배요금으로는 분류작업 인력 투입, 자동화 설비 투자, 근로시간 단축, 수수료 인상 등을 모두 시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사회적 합의기구는 5월 말까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차 합의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0일 회의에서도 2차 합의는 나오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택배노동자 적정 근로시간을 산출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따라서 오는 6월 8일로 2차 합의 도출 시점을 연기했으나 택배노조는 기한 내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택배노조는 2차 합의가 난항을 겪는 원인은 택배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합의기구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노동부는 적정노동시간을 제외한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합의문을 먼저 작성하자고 제안했지만 택배사 거절로 인해 무산됐다. 이에 노조 측은 합의 도출을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이 역시 사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가 2차 합의에 대해 지적한 쟁점은 2가지다. 첫째는 택배요금 인상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씨제이 대한통운은 지난 4월 1일부로 택배요금을 25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5월 택배요금은 평균 150원 정도 증가했다. 인상한 금액과 실제 택배비 평균이 다른 이유는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대형 화주에게는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평균 8원 정도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한진택배는 택배요금을 인상하지는 않았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롯데택배와 한진택배는 씨제이 대한통운 요금 인상을 기회삼아 저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씨제이 대한통운 물량은 인상 전에 비해 13% 감소했으며 롯데와 한진택배가 이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롯데와 한진택배는 씨제이 대한통운보다 가격 경쟁에서 유리해졌고, 따라서 당장 택배요금을 인상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택배기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자는 게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 목적이자 유일한 이유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용해 초과 이윤 창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두 번째 쟁점은 1차 합의 시행 시기다. 택배노조가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택배사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1년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적 합의의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진 위원장은 "1차 합의 후 5월 말까지 유예 줬는데 (택배사 주장은) 또 1년간 유예하자는 것"이라며 "이건 택배노동자가 죽던 말던 씨제이 대한통운은 초과이윤을 가져가고 롯데와 한진택배는 저가로 물량을 확보하고, 이걸 1년 동안 보장해달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1차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1명만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집화와 배송 업무만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분류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701명이 "분류인력이 투입됐으나 택배노동자도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304명은 "분류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아 택배노동자가 전적으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체국택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중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가 투입한 분류인력은 0명이며 분류작업에 대해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0원"이라고 성토했다.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지난 1월 1차 합의 당시,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윤중현 본부장은 "물류지원단 측에 분류작업 비용이 들어갔으면 얼마나 어디에 들어갔는지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단 한 번도 회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실질적 이유는 택배사 책임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며 "저희는 더 이상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택배노조는 오는 7일부터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작업을 거부한다. 택배노동자는 분류작업을 위해 오전 7시에 출근하고, 물량이 많은 날에는 새벽까지도 물품을 배송해왔다. 택배노조는 이날부터 오전 9시에 일괄 출근하고 인계받은 물품만 모아 오전 11시에 배송 출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전국 택배노조 조합원 6500여명이 모두 참가한다.
이번 조치는 6월 8일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은 향후 택배노동자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진 위원장은 "이번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 시작은 투쟁의 방식이 아니라 적용의 방식으로 지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택배사에 인력 모집을 준비하기 위한 유예기간은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gopage=&bi_pidx=32483&sPrm=in_cate$$108@@in_cate2$$0]
- 이전글[기사] 산재사고 이후 계약만료된 조선소 하청노동자 부당해고 인정 21.06.07
- 다음글[기사]'왕복 3시간 통근' 참고참다 퇴사했는데.. 실업급여 자격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