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네이버 노조, "2년여간 문제제기에도 회사 방조했다"...근로감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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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6-08 10:04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사망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인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그의 직속 임원 A씨가 무리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는 것. 노동조합이 직접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인이 업무 과중에 시달렸고 임원 A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다수 나왔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적극적인 조사와 고인의 고충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은 7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해 노조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중간 결과를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지난주 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며 "다시 고인의 생전 행적을 되짚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 과도한 업무량,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 모욕적인 언행 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었더라면, 적어도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사측이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더라면 우리가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공동성명이 직접 진행한 조사 결과 3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ㆍ휴일ㆍ휴가를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고 ▲상급자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왔으며 ▲2년 가까이 고인과 동료들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회사가 문제를 묵살하고 방조했다는 것이다.
무리한 업무 지시에...고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같다"
고인은 네이버 지도 서버 구조와 경로 탐색 기능 전체를 담당하며 매니징업무와 개발 실무를 맡고 있었다. 해당 업무는 네이버 기술발표행사에서도 발표할 정도로 핵심 업무였다.
그의 업무는 5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출시 준비로 인해 5월 초까지 업무가 과중했음은 물론이고 출시일이 지나고도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업무를 놓을 수 없었다. 동료들은 "고인이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을 했다"며 "최소한의 휴게 시간인 하루 1시간 휴게시간도 없이 일해 왔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과도한 업무 외에도 팀원들의 퇴사로 인해 고충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는 가중됐지만 인력 유출은 계속됐고, 늘어난 업무만큼 충원은 되지 않았다. 고인 소속 조직이 COO 산하 조직으로 변경된 후 팀이 둘로 나뉘게 되며 업무가 늘어났지만, 2명이 퇴사한 상황에 신입 1명과 경력직 1명만 충원됐다.
주변 동료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인원 대부분이 팀을 떠나는데 충원은 안 되고 업무는 많고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회사에서 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해주지도 않았다"며 "업무는 계속 더 떨어지고 사람이 채용이 안 되니까 더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을 더 힘들게 한 건, 동료들의 퇴사 원인이 임원 A에게 있었다는 점이다. 임원 A는 고인의 직속 조직장으로 업무지휘,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보직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공동행동 조사 결과 퇴사한 팀원 중 일부는 퇴사 사유로 A를 지목했다. 최근 이직한 팀원은 이직 사유가 임원 A때문이었음을 노조 측에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인턴에게 정규직 전환을 제의했으나 해당 인턴은 임원 A의 질책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고인은 한 동료에게 "임원 A가 자기를 거치지 않고 팀 멤버들을 직접 매니징해서 최근 퇴사한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밝히며 "인력 부족으로 충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러고 말했다. 이어 "업무도 과중한 상황에 팀원을 트레이닝 시키고 이제 적응할 만큼 성장시켜놨는데 임원 A 때문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허탈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도 임원 A는 고인에게 직원 퇴사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지난해 10월 26일, 고인과 팀원 ㄱ이 함께 한 회의 자리에서, 임원 A는 "팀원 ㄱ님 이직하면 OO(고인)은 나한테 죽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은 임원 A와 다른 임원 B 간 의견 충돌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인의 직속 조직장은 임원 A였으나 기획 담당 임원 B는 종종 고인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린 것. 문제는 두 임원 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B가 지시한 사항에 대해 A가 다른 지시를 내리고, 또 B가 다른 지시를 내리는 식이었다.
고인은 사망 2달 전, 동료에게 "임원 A와 미팅할 때 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며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부터 제기된 문제, 네이버 조치 있었나
논란이 된 것은 임원 A에 대한 문제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중 게임업체 N사로 이직했으며, 그 곳에서도 비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A는 네이버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이에 2019년 1월 31일 직원 60여명과 A, 경영진 C가 함께 참여한 회의에서 일부 직원들이 임원 A의 행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A는 일부 사실을 인정했으나, C는 A 문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해 5월 17일에도 있었다. 이날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이 최고 조직장인 경영진 C에게 A의 조직 운영 방식, 서비스에 대한 낮은 이해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여한 팀장 중 4명은 팀장 직위가 해제됐으며 일부는 퇴사한 상태다. 이어 올해 3월 4일에는 한 직원이 A가 임원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서 정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임원 B에게도 있었다. 고인의 동료 ㅅ은 올해 3월 임원 B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며 사내 신고 채널에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회사의 대처는 미흡했다. 공동행동 측에 따르면 회사의 조사 리포트는 면담 작성 시 신고자의 발언에 비해 약하게 작성됐으며, ㅅ은 다른 팀으로 발령 받은 후 결국 퇴사했다.
공동성명은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특히 이를 막기 위한 수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에 공동성명은 과도한 업무와 임원 A의 부당한 지시 등을 밝혀내기 위해 회사에게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 사내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 A 간 사내 메신저 기록 ▲고인과 임원 A, 임원 B 간 오갔던 사내 매신저, 메일, 사내소스관리도구 자료 ▲2019년 1월 이후 지도 업무 중 퇴사한 직원들의 퇴사 면담 이력 ▲A와 B를 임원으로 선임한 검증 절차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공동성명은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으로 이동해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접수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는 조금은 긴 시간 동안 절대 관심을 놓지 말고 지켜봐달라"며 "다시는 네이버, 네이버 뿐 아니라 IT업계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영진 C와 임원 A 직무를 정지한 상황이다. 또 제3기관을 선임해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동행동은 진정성 있는 조사를 위해 노동조합도 진상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제3기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고 아직 변경된 건 없다"고 답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gopage=&bi_pidx=32486&sPrm=in_cate$$108@@in_cate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