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LG전자 사무직 노조, “MZ세대 특성 아닌 공정의 문제…생산직도 가입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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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4-15 11:41최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이하 LG전자 사무직노조) 설립 이후 금호타이어에서도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에서도 논의가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각에서는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 노동법률>이 서울 양재동 대상 노무법인 사무실에서 LG전자 사무직 노조 집행부를 만났다.
Q 노조 설립 계기는.
유) 성과급 논란을 겪은 SK하이닉스 사건이 시작이었다. 이와 별개로 우리 자체적으로도 매해 누적된 불만이 있다. 4년차 연구원이라 모든 걸 다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을 통해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점을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요인은 성과급이다. 급여나 연봉테이블이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최하위 수준이다. 그렇다고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임금인상률 자체가 너무 낮다.
김)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었다. 나도 10년차인데 이런 일은 꾸준히 있었다. 임금만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에 소통이 없고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결정되는 점도 불합리했다.
Q 교섭단위 분리를 빠르게 신청했다. 회사반응은.
유) 직접 반응은 없었다. 건너 들었는데 절대 분리 되지 않을 거란 입장이더라.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겠다. 설립 당시부터 교섭단위 분리를 추진해왔다. 현재 교섭대표 노조인 생산직 노조는 사무직 목소리를 전혀 대변하고 있지 않다. 물론 사무직도 생산직 노조에 가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사무직 중 생산직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회사 내 생산직이 1만명인데, 조합원도 1만명이라 생산직은 거의 100퍼센트 노조에 가입한 셈이다. (생산직 노조의 반응은 없었나) 없었다. (교섭단위 분리결과는 언제 나오나) 4월 30일 안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Q 만약 분리신청이 기각된다면 교섭대표 노조에 제출할 요구안이나 소통 창구는 마련했나.
유) 우리와 접점도 없다. 첫째로 교대노조 외에 2~3년 전에 두 번째로 생긴 서비스직 노조가 있는데 그분들에게도 공고를 안 하다가 올해 처음 했다고 하더라. 분리 신청을 하게 된 것도 소통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직 노조의 교섭 과정을) 전혀 모르고 어떨 땐 결과도 모른다.
Q 생산직 근로자 처우가 사무직보다 좋지 않은 편인가.
유) 생산직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생산직군에서도 가입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온다. 나중에 규모가 커져도 기능직을 잊지 말아 달라는 연락도 온다. 노조를 세우면서 가입조건을 사무직 근로자로 제한했다. 망설이긴 했지만 여러 정황상 제한을 거는 게 불가피했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할 때 정당성도 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프다.
Q 교섭단위 분리 인정받으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김경락 노무사) 안 그래도 보면 볼수록 큰 의미를 가진 거 같아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근로조건 차이나 관행처럼 교섭단위 분리 요건을 판단하는 방식은 판례에 따라 많이 다르다. 만약 인용된다면 사무직 노조 설립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Q 상급단체 가입은 고민 중인지.
유) 사무직 노조 설립을 결정하고 나서 1주일 만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다. 사실상 시간적으로 (상급단체 가입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또 아직까지는 큰 필요성을 못 느껴 미정 상태다. 완전히 부정적인 건 아니다.
Q 노조 설립 과정에서 연봉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유) 최근 IT기업 연봉을 들으면 "이 정도나 받아?" 하고 놀라는 반응이다. 우리 연봉을 들으면 다른 의미로 "이 정도(만) 받아?" 라는 느낌이다. 그 정도로 불합리하다. 그래서 공개하게 됐다. 노조 간부들이 만들고 배포한 건 아니다.
김) 같은 직원이 블라인드 통해 임금테이블을 공개했다. 얼마나 불합리하나 처우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업계 최하위 대우라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Q 공개 후 반응은.
유) 막연히 '대기업이니 많이 받겠지' 생각했다가 많이 놀라더라.
김) 신입 연봉 같은 경우 비슷하게나마 맞춰지는 분위기인데, 경력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심해진다. 과장급 이상은 덜 받는 경우가 많다.
Q 근로조건이나 임금문제로 퇴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유) 어머어마한 숫자다. 내부에서 우리끼리는 'LG사관학교'라고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직을 자주하기 때문에 붙는 이름이다.
김) 내 경우 조직 책임자가 좋은 분이고 경력개발이나 커리어에서 배려를 많이 해줘서 분위기는 LG전자 내에서 최고다. 그런데 책임자에게 임금 문제에 대한 권한은 없지 않나. 그 탓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나간다. 이런 분들이 대우 못 받는 게 안타깝다.
유) 나가고 싶은데 동료가 좋아서 못 나가기도 한다. 다만 일단 이직한 분들은 만족하는 것 같다.
Q 사측이 임금을 9퍼센트 인상했다고 하는데, 불만이 상쇄된 건 없나.
유) 말장난이다. 대외적으로 9퍼센트 올랐다고 하니 외부에서는 다들 평균 임금인상률이 9퍼센트인 줄 안다. (이런 회사의 발표가) 외부 불은 끄고 내부 불은 지피는 모습이 됐다. 9퍼센트라는 건 임금 재원이 늘었다는 의미다. 절대 일괄 인상이 아니다. 임금인상률 평균과 재원이 오른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왜 9퍼센트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도 없다.
김) 오히려 회사가 그 내용을 발표한 날, 노조 가입 신청서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
Q 비교대상 기업은.
유) IT까지도 안 간다. 대기업 평균도 안되지 않나. 그 마저도 갈 길이 너무 멀다. LG전자의 경우 계열사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김) LG전자가 작년기준 영업이익 2위인데, 계열사 사이에서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조) 브랜드 이미지는 LG전자가 이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LG전자가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 이유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도 있다.
김) 이번에 올려준 게 3년전 쯤 LG화학 연봉 테이블만 못한 수준이다. 직원 사이에 불만이 많이 크다.
Q 구체적 요구안은 준비됐나. 조합원 숫자가 급격히 늘었는데 총회 운영은.
유) 있긴 하지만 조합원 의견을 아직 많이 받지 못해서 수렴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총회는 온라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 총회와 함께 집행부나 위원이 아닌 일반 조합원 의견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투표나 여론조사도 같이 하겠다.
Q 회사와 대화가 충분이 된다면 투쟁까지는 가지 않을 생각인가.
유)투쟁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정말 부당한 부분을 참고 참다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 충분히 대화로 해결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김) 단순히 임금 많이 달라는 측면이 아니다. 실적이 지금은 좋지만 안 좋을 때도 있을 수 있다. 보상 많이 못해주는 사정이 있으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 구성원들도 받아 들일 텐데, 아무 근거도 없이 직원 의견 반영은 전혀 없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다. 결국 우리 노조가 소통 채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금호타이어와 현대차에서도 사무직 노조 논의가 이어졌다. 파급효과가 크다.
유) 우리도 책임감이 더 많이 든다.
Q 이번 사무직 노조 연쇄 설립이 MZ세대 특성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여론이 있다.
유) 세대와는 조금 다른 얘기 아닌가 싶다. 부당한 일에 대해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고, 이걸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일 뿐이지 출생연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대 자체가 부당한 걸 참고 견디는 시대가 아니다. MZ 세대여서, 특정 연도 출생자들이 유독 못 참고 철 없어서 나서고 말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Q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논하는 의견도 있다.
유) 그런 고민도 없지 않다. 최저임금을 논할 정도로 임금이 적지는 않으니. 코로나19 탓에 어떤 회사는 장기 무급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돈을 더 달라고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공교롭게 인터뷰 도중 LG전자가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 실적을 달성했다는 기사가 전해졌다)
우리 회사는 돈을 못 벌지 않는다.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면 분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TV 부문은 경영성과가 C등급이 나왔다. 영업이익 최대여서 1조가 넘었는데 C등급을 주는 건 납득이 안 간다. 직원들에게 분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백신을 사는데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런데 직원들은 회사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는데 배분을 못 받는 게 문제다. 배부른 소리라는 지적은 공정성을 외면한 발언이다.
Q 임원단은 어떻게 정해졌나. 같은 부서 출신인지.
유) 조직도 직군도 전부 다르다
김) 위원장님이 블라인드로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올려주고, 진행 상황을 익명으로 공유해주셨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됐을 때 같이 직접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실명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하는 걸 선택했다.
Q 규모를 보면 간부도 필요할 것 같다.
유) 설립 초부터 도와준 분 세분이 있다. 지금은 아직 괜찮은데 (간부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뿐만 아니라 간부들을 통해 자유로운 소통이 됐으면 한다. 불통에 지친 분들이 많아서 소통이 잘 돼야 한다.
Q 모바일 사업본부가 철수하면서 설립 초기부터 큰 난관에 봉착했다.
유) 지금 해당 본부에 계신 분들은 불안하실 거다. 특히 사무직이 생산직보다 훨씬 많다. 3,700명 정도다. 문의도 많이 온다. 계열사를 옮기는 게 합리적인지 불합리적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전보나 재배치에 대한 권리를 알아야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런 권리를 알려드리려 한다. (다행히 고용보장은 되는데) 업무에 변화가 생기거나 커리어에 단절이 있을 수 있다. 거주지 문제도 있다. 창원 사업장으로 배치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대부분 멀리 가는 건 꺼려한다.
김) 인원이 적지 않다 보니 모두가 원하는 사업장에 갈 수는 없고, 실제로 원하는 업무로 배치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고용이 유지 되더라도 개발자의 경우 커리어가 단절될 위험도 있다.
Q 노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나.
유)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쁜 인식은 없었지만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귀족노조 이미지를 중심으로 안 좋은 인식이 많이 있지 않았나.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반드시 띠를 두르고 투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이지예 기자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04&bi_pidx=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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