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정규직 될까 봐’ 기간제 박사 해고한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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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5-23 09:40서울교통공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간제 전문연구원의 근로계약을 2년 만에 종료했다가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공사가 ‘전문직의 정규직화’를 우려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봤다.
박사 연구원, 2년 지나 계약 종료
갱신기대권 인정되자 공사 소송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서울교통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사는 1심에 불복해 지난 20일 항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가 2018년 2월 전문연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교통공학·신뢰성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원을 선발했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하되 매년 근무성적평가를 시행해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A씨와 B씨는 채용 전형에 합격해 그해 4월부터 공사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각각 교통공학과 신뢰성 연구 분야에서 일하며 전문직 3급 호봉을 적용한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공사는 2020년 3월 계약 만료를 열흘여 앞두고 계약 연장을 거절했다. 도시철도연구원장이 인사팀에 1년간의 근로계약 연장 심의를 요청했지만, 공사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시기 입사한 다른 직원은 계약이 연장됐다. 이후 공사는 A·B씨가 일하던 분야에서 각각 1명을 채용한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자 A·B씨는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이들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했다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공사는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전문직 정규직화 우려로 갱신 거절”
법원 “전문 인력, 업무 연속성 필요”
법원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근로계약 연장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 매년 평가를 통해 연장 여부가 반영된다고 규정돼 있어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B씨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A·B씨는 박사 학위를 소지해 이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A·B씨가 맡은 연구과제도 연속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각 4~5건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A·B씨의 업무는 단기간의 업무라기보다 전문성을 지닌 인력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연속성을 가지고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A·B씨가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이 될 수 없는데도 공사가 정규직 채용을 염려해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B씨는 계약 갱신이 되더라도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할 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계약 갱신이 정규연구직의 우회적인 채용경로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는 갱신 거절의 주된 이유를 사실상 정규연구직 채용의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그 자체로도 갱신 거절의 합리적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공사는 재판에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A·B씨가 전문직 3급 상당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갱신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근무평가의 계약 연장 반영 여부와 계약이 연장된 다른 직원과의 업무 차이 등을 공사가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사는 A·B씨가 낮은 점수를 받지 않았는데도 단지 전문직의 정규직화 우려 등을 고려한 정책적 목적만으로 갱신을 거절한 후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려고 시도했다”며 “갱신 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