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자회사 한국체육산업개발㈜ 소속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김지한(63·가명)씨는 지난 1월 하루아침에 경비 반장에서 주임으로 직급이 강등됐다. 이 때문에 직급수당 15만원과 고정적으로 받던 연장수당 30여만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회사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직급을 내리고, 급여도 줄였다”며 “2월 중 변경된 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해 거부한 상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청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영효율화 과정의 일환으로 야간경비 업무를 보안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한 탓이다. 공단은 한국체육산업개발에 지급하는 용역비를 줄였고, 야간경비를 수행하던 경비노동자는 업무가 축소됐다. 결국 일반 경비 대원 급여도 하락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234시간 근무 대가로 기본급 201만원을 보장받던 경비 대원은 월 노동시간이 209시간으로 축소되면서 급여가 딱 최저임금 수준이 됐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2018년 1월부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비노동자의 임금과 처우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징계도 아닌데 직급강등
시간 쪼개 주 6일 근무 ‘편법’

용역업체 시절부터 7년째 경비노동자로 일한 김지한씨는 “직급이 강등된 뒤 급여가 40~50만원 정도 줄었다”며 “잘못한 것이라도 있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통보도 없이 변경된 임금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쪼개 주 6일 근무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7시간 근무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5시간 근무하는 식이다. 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소속돼 있던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가 노조 설립 전 쓰던 수법과 동일하다.

올림픽공원에서 일하는 미화노동자 정진혜(가명)씨는 “주 5일제를 이야기해도 사측은 인력충원을 해야 하는데 예산문제가 있어 시기상조라는 입장뿐”이라며 “고용이 안정됐다는 것 말고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상규 공공운수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지부장은 “사기업도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편법을 써 주 6일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 효율화 위해 불가피”

근로기준법 23조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오세찬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정론)는 “사용자가 당해 근로자와 협의하는 등 신의칙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전직(직급 강등) 처분은 사용자 권리 남용에 해당해 효력이 없다고 사료된다”며 “부당징계 혹은 감급, 감봉, 나아가 임금체불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오 노무사는 “근로계약은 쌍방의 약속으로 사측이 마음대로 변경한다면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기존에 야간근무를 했는데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야간근무를 없앤다면 휴업수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1년을 지속하면서 경륜·경정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출액이 급감했다”며 “인력 효율화 방안을 강구하면서 경비 인력의 야간근무를 없애고, 야간시간 경비 업무를 보안업체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야간근무가 사라지니 인력을 관리할 책임자(경비 반장)가 무의미하게 됐다”며 “(지점서비스)팀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화노동자의 쪼개기 근무에 관해서는 “전환 당시 근무조건이 동일하게 이행됐다”며 “(주 6일 근무에 관해) 현장 의견이 반반이라 교섭대표노조 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최종합의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섭대표노조인 한국체육산업개발㈜노조 관계자는 “모회사에서 경비용역을 발주하는데 야간 경비 운영을 안 하겠다며 사업부분을 축소했다”며 “회사가 인사권을 발휘하는 것이니 노조에 동의를 받고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회사가 사전에 (노동자와) 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진행한 부분은 개선을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강예슬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