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회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용하면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투자해 원금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내복지기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일반투자자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다.

6일 대법원 1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공사는 2014년 12월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이 운용한 사모펀드인 TP펀드 손실로 피해를 입었다며 두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56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 원고 과실비율을 30% 인정하고 유진자산운용에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유진자산운용측은 “자본시장법에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금’은 전문투자자로 규정한다”며 상고했다.

자본시장법 9조5항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성 구비 여부나 소유자산 규모 등에 비춰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를 ‘전문투자자’로 정의한다. 일반투자자는 두텁게 보호를 받는 반면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설명의무 같은 영업행위 규제 대부분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전문투자자 범위는 자본시장법에서 명백하게 인정한 경우만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공사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기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전문투자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전력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마사회도 사내복지기금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해 각각 10억원, 30억원, 20억원의 손실을 봤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