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현대차 연구직과 사무직 노조 설립 논의 활발, 의욕 높지만 과제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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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4-07 10:08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 속한 연구직·사무직 직원들이 생산직 직원들과 분리된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직 중심의 노동조합체제에서는 연구직과 사무직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처우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별도 노조를 만든다면 연구직과 사무직 특성에 맞는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의욕은 높지만 실제 노조설립까지 가야할 길도 멀다.
◆ 현대차그룹 연구직 사무직, “우리 임단협 요구 따로 하자” 움직임 활발
4일 기준으로 네이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밴드에 만들어진 ‘HMG사무연구노조(가칭)’의 가입자가 36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채널이 만들어진지 약 1주일 만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산하 수십 개의 계열사에서 일하는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만으로 구성된 별도 노조를 설립하자는 취지에서 HMG사무연구노조(가칭) 설립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픈채팅방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수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자 HMG사무연구노조(가칭) 밴드로 채널을 옮긴 것이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 노조(가칭)’이라는 제목의 별도 홈페이지도 만들어졌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별도 노조설립을 위한 액션플랜과 참고자료(레퍼런스) 등도 공유되고 있다.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의 의견을 따로 취합해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적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노조설립 움직임이 실제로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는 모두 각 회사별로 노조를 두고 있다. 각 노조의 조합원 대다수는 각 계열사 직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인원들로 채워져 있다.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은 바로 이 지점에 불만을 지니고 있다. 생산직 위주의 노조체제에서는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할 때 연구직과 사무직의 요구사항보다는 생산직 위주의 처우 개선만 이루어진다고 이들은 본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본급 인상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2020년 임금협상을 놓고 ‘기본급을 올려달라’고 노조에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회사와 합의했다.
노조와 회사의 설명을 보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의 이면에는 생산직 처우 향상에만 관심 있는 노조가 고용안정을 전제로 연구직 직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회사와 합의했다고 보는 시각이 연구직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남양연구소 직원 1만2천 명 가운데 노조 가입 자격을 지닌 사원과 대리급 직원들은 절반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은 회사에 들어온지 8년이 되지 않은 직원들이 대부분이라 기본급 비중이 매우 낮다.
반면 생산직 직원들의 50% 이상은 50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회사에 입사한지 20~30년된 사람들이 많아 호봉에 따른 기본급이 매우 높다.
연구직 직원에게는 기본급 인상이 주된 요구사항이지만 생산직 직원에게는 기본급 인상보다 정년 연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정년을 1년 늘리는 효과가 있는 ‘시니어 촉탁’을 얻어냈다.
시니어 촉탁은 정년퇴직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임금협상 타결안을 놓고 진행된 노조 찬반투표에서 생산직 직원들은 60~70%가 찬성표를 던졌으나 연구직 직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밴드 HMG사무연구노조(가칭)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생산직 중심의 노조에 대한 연구직과 사무직의 반감이 드러난다.
이들은 설문조사에서 공정성 및 보상기준과 관련해 “투표권의 과반수가 이미 생산직군이라는 현실에서 연구직과 사무직의 의견은 무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사무직은 철저하게 배제된 생산직 중심의 임단협”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 “다른 회사들도 별도 노조 만든다”며 의욕 높지만, 넘어야 할 산 많다
별도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의 의욕은 높은 편이다.
HMG사무연구노조(가칭) 밴드를 운영하는 운영진은 이미 임시집행부를 구성해 노조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시집행부는 3월30일 열린 회의에서 △네이버 밴드 이동 및 임시가입 신청서 수령 △각 계열사별 집행부 인원 모집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원 가입 범위 및 조합설립형태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도 논의를 진행했다.
임시집행부는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로만 구성되는 새 노조에 가입하고 싶다는 신청자들이 늘어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서’도 받고 있다..
밴드 HMG사무연구노조(가칭)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은 최근 다른 대기업에서 사무직이나 연구직 위주의 노조가 별도 설립되고 있다는 소식을 공유하면서 별도 노조설립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일 게시된 글을 보면 ‘금호타이어에도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기사를 공유하는 글에 “LG전자 사무직 노조에 이어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도 어제 설립됐다”며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는 것이 요즘 대세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생산직이나 기능직만의 전유물은 아니다”고 달려있다.
하지만 실제 별도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의 조합 가입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현재 연구직은 노조 가입이 가능한 매니저(사원과 대리)급, 노조 가입이 불가능한 책임매니저(과장 이상)급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연구직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책임매니저급 직원들의 가입이 이뤄져야 연구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고르게 대변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매니저들은 호봉제에 따라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별도 협상을 통한 ‘연봉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매니저급 직원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별도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임시집행부는 “연봉제로 갔을 때 사측의 고과에 따라서 개인의 임금이 바뀌게 되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책임매니저가 노조에 가입했을 때 이들을 사측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라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매니저급의 노조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연구직과 사무직 노조의 조합설립형태를 각 계열사 산하의 기업노조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룹 계열사 통합의 산별노조로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임시집행부는 현재 조합원 모집 시작은 각 회사별로 하고 그룹사별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 형성한 뒤 최종적으로 그룹사 통합 노조인 산별노조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통합 연구직·사무직 노조의 교섭 요구에 현대차가 그룹 차원의 대응에 나설 수 있느냐 등이 문제로 남는다.
새 노조가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의 공통된 불만인 '공정한 성과보상 요구'를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사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력하는 사람은 더 주는 성과급제도의 개선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한 직원은 이를 놓고 "노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회사측 의도를 정확히 알고 사무연구노조가 대응해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지 않나"는 의견을 냈다.
[출처: 비즈니스포트 남희현 기자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25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