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조 권리 커졌는데 '대체근로'도 못하는 한국…"균형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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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3-11 14:38노동권을 강화하는 법 개정과 비준동의안 처리가 잇따르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아진 노동권에 맞춰 기업들의 대항권도 함께 고려돼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입법이 이뤄지면서 재계의 '기업할 권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의 우려와 노동계의 입장을 들어보고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보완 입법과 대안 마련을 모색한다.
커지는 '노조할 권리' 쪼그라드는 '기업할 권리'…균형이 무너졌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3개를 비준하자, 이번엔 재계가 노조법 개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할 권리가 강해진만큼 경영할 권리도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말 개정, 올초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노조할 권리 강화'에 상응하는 '대체근로' 등 경영계의 대항권을 높이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에 이어 지난달말 국회에서 비준한 결사의 자유(87호, 98호)와 강제노동금지(29호) 등 ILO 핵심협약은 해고자 등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6급 이상 공무원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설 경우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겠지만, 경영계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파업에 맞서 대체근로 등 대항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노조법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개정을 촉구했다.
경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근로자 1000명당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43.13일로 경쟁국인 일본(0.25일)의 190배, 미국(5.2)의 8배로 파업 손실이 커 미국과 일본처럼 대체근로로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사용자의 채용제한' 조항엔 쟁의행위 기간 중엔 쟁위행위로 중단된 자리에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도급 또는 하도급도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장 본부장은 "미국은 대체근로 금지규정 자체가 없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파견근로자의 대체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신규채용이나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가진 수단은 직장폐쇄인데, 이는 개시 및 유지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돼 대항수단으로서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도 "노동조합법과 ILO핵심협약 비준안이 우리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국회에 여러 차례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이어 "ILO핵심협약 비준안 국회 통과로 노동자의 단결권만 강화됨으로써 노조 우위의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 기업 투자의욕 저하, 일자리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형사적으로 강하게 규율하고 노동자의 부당행위는 규율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은 사용자 및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고, 정부의 지시 미이행시 형사처벌 규정만 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은 없다. 이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 팀장은 "현재 노사의 힘의 균형은 기울어져 있다"며 "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등 사용자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보완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과 노동단체들은 해고자도 노조 임원이 될 수 있도록 자격 제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비정규직 관련 노동자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ILO 협약 비준 이후에도 노사 힘겨루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일'만 하는데 임금 보장…기업들 '연 6000억' 부담
"세계에서 가장 강경하고 한쪽(노조)으로 기울어진 나라."
지난달 24일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이 공식 사임하며 남긴 이 한 마디에는 노동조합법(노조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재계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 정부 들어 노사 간 무게추가 한쪽으로 더욱 쏠렸다는 평가에 더해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얼마 남지 않은 균형마저 깨뜨렸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이중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는 특히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미 무너진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까지 확대토록 명문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노사갈등 구조 확대는 아직 '코로나19(COVID-19)' 여파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조전임자가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기업)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1997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법제화됐지만 장기간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실제 시행은 2009년에야 이뤄졌다. 그전까지는 사실상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속이 지속돼 왔던 셈이다.
경총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규모는 연간 4300억원에 이른다. 급여지급 금지 규정이 폐지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이전보다 더 크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여년간 임금상승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노조전임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규모는 연간 6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는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를 근거로 한다. 해당 권고안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적으로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노사간 자율교섭이 보장되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대립적 관계가 뚜렷한 국내 노사 환경 하에서는 이같은 개정이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을 당연시 하도록 흘러가게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주요국 역시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노조가 자체적으로 전임자 급여를 부담하는게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산별노조 자체 재정으로 지급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별 노조 환경이 중심인 일본도 전임자 급여는 노조 부담을 원칙을 한다. 미국은 노조 임원이 근로시간 중 임금손실 없이 사용자와 협의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이외의 금전적 지원은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금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임자 급여 지급은 결국 관행적인 파업에 더욱 힘을 싣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파업 등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주요국 대비 극심히 악화된 상태다. 경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근로자 1000명당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43.13일로 5.2일인 미국의 8배 이상이며, 0.23일에 불과한 일본 대비로는 190배 가량 높다.
노사 관계로 인한 생산성 악화는 기업들의 경쟁력를 떨어 뜨릴 뿐만 아니라 해외 자본들의 엑소더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외에는 모두 흔들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GM은 지난해 부분 파업이 이어지자 GM본사가 철수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며 우려를 키웠다. 아직도 지난해 임금 협상을 지속 중인 르노삼성 역시 최근 생산 안정성에 대한 본사의 경고 메시지를 받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 노조는 파업을 회사에 피해를 주기 위한 흉기로 사용한다"며 "유럽 등 해외에서 이를 한국 특유의 노동환경이라고 이해해줄리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오동희 선임기자, 주명호 기자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092133495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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