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정년 65세 연장,해법될까...고용연장 전 필수 검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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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3-03 13:24저출산-고령화 시대와 고용 연장의 필요성
최근 통계청의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까지 떨어지고, 사상 처음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가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예상보다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항상 '정년 연장'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아 왔다. 실제로 2019년부터 정부가 범부처가 참여하고 있는 '인구정책 TF' 논의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업계에서는 항상 '정년 연장 문제가 포함되었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지난 1월 29일 3기 인구정책 TF 출범을 알리는 소식에서도 정년연장 정책이 포함될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무척 컸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게도 중대한 문제다. 노동력이 기업경영과 경제성장의 중요 요소임을 감안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역량을 갖춘 고령 인력들이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경영계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반드시 '강제적 정년 연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년 연장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이 되려면 그 이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지금 우리 노동시장은 그러한 숙제들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연장을 위한 고려사항들
먼저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시장의 적응기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년 60세 의무화라는 강제적 고용연장조치가 2017년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이후 불과 4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정년 60세 의무화의 파급효과나 문제점 등이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연령은 법이 개정되던 2013년이나 2020년이나 49.4세로 동일하게 나타나 정년 연장이 주된 일자리 유지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청년 일자리의 상충 문제도 있다. 실제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정년 60세 의무화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정년 60세 의무화는 일부 조건 하에서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총이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신규채용과 거의 1 대 1의 대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이 27.2%에 이르는 만큼, 정년 연장 문제는 고용절벽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시장 임금체계를 연령, 근속 중심에서 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 역시 정년연장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는 중요한 방안이지만,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300인 이상 기업의 59.1%, 100인 이상 기업의 54.9%가 호봉제를 운영 중인 것이 현실이다. 민간부문으로의 확산효과를 기대했던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논의도 노동계의 반발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우리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된 산업환경에 대응해 가야 하는 상황에서, 강제적 고용연장 문제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이 생존력을 약화시켜 전체 노동시장에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앞으로 산업환경의 변화가 빨라 일자리 이동이 잦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 직장 내에서의 일자리 유지'를 전제로 한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 고용 연장 논의는 '현재의 직장'이 아니라 '현재의 시장'에 더 오래 남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고정된 직장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업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동시에 고용을 연장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간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합리적 고용 연장을 위해 필요한 것
고용 연장 문제는 경제환경과 노동시장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고용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명확한 비전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고용형태 다양화,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 기반 인사관리시스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이 강제적 정년 연장에 부담을 갖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들의 고용 및 임금조정이 어려운 고용경직성에 기인한다. 경직적인 노동법제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고령자 고용대책이라고 본다. 특히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임금 연공성을 완화하는 작업이 노동시장 전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이를 지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법‧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고령자 적합 직무 발굴, 고령자 고용 우수기업에 대한 사회보험 부담 경감 등을 비롯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고령자의 직무능력 개발과 생산성 향상, 원활한 이직‧전직 지원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직업훈련, 고용지원 서비스 활성화도 필요하다. 직업훈련 참여율이 15.9%에 불과한 고령 근로자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며, 기업들이 정부의 고령자 고용 지원책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다양한 정책들을 정비하고 홍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저출산・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고령자 고용 문제의 해답은 기업들이 스스로 정년을 연장하고 근로자가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고용을 저해하는 산업규제들을 발굴, 해결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가야 한다. 아울러 정년 연장 문제가 고용, 복지, 국가재정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합리적인 고용 연장 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승용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1&bi_pidx=3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