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원, "저성과자 해고 적법"…이례적 판결, 현대중공업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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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3-02 14:16-2016 '양대 지침' 좌초 이후 사실상 '멸종' 됐던 저성과자 해고 판결, 대법원서 나와.."충격"
-직무평가 3,800여명 중 최하위, 재배치 이후에도 낮은평가.."업무능력 실질적으로 부족"
-기업 해고제도에 상당한 변화 불러올까
저성과자 해고, 즉 일반 해고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는 지난 2월 25일, 근로자 A와 B가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현대중공업)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근로자 A와 B는 각각 99년과 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근무해 온 바 있다. 회사는 2010년부터 직원들에 대해 연 2회에 걸쳐 종합인사평가를 실시했다. 그런데 A와 B의 경우 2010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종합인사평가 결과가 전체 직원 3,859명 중 각각 3,857위와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평가가 좋지 않았다.
회사는 2012년부터 직무성과가 미흡한 근로자들에게 직무경고를 내렸는데, 이들은 2013년부터 거의 매년 직무경고를 받았다. 회사는 2015년, 종합인사평가 등을 기준으로 A와 B를 비롯해 직무역량을 하위 2%의 과장급 이상 직원 65명을 대상으로 한해 동안 직무역량 향상과 직무재배치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A와 B는 직무 재배치 이후인 2016년 상반기 성과평가에서 최저 등급인 D를 받았다. 결국 회사는 "근로자들의 근무성적과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2016년, A와 B를 해고했다. 이 회사 취업규칙은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를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다.
원고 근로자들은 반발했다. 먼저 이들은 "회사와 고용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손해를 기치거나, 회사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끼치지 않았다"며 "성과평가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무 재배치 교육은 교육대상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교육"이라며 "실질적 직무향상 능력 기회도 없이 해고처분을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가 시행한 직무재배치 교육의 내용은 업무능력 향상과 무관하고 실제로 근로자 퇴출프로그램"이라며 "원고들의 업무능력이 낮다고 해도, 조직질서 문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사회통념상 해고가 정당하다고 볼 입증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 "저성과자 선정 기준 합리적이고 임의적이지 않다면 해고 가능"
하지만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인사평가 절차나 기준이 자의적이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2012년 이후 인사평가 기준을 근로자들에게 공개했고, 이의제기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근로자들에게 절차를 안내했다"고 판단했다.
또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지만 그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사평가자가 피평가자의 자질 등을 감안해 최저등급인 C, D등급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줬다"며 "특정 인사평가권자 1명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팀장과 부서장, 담당 임원 등 3명의 판단으로 평가결과가 정해졌다"고 봐서 인사평가가 불공정하거나 자의적이지 않다고 판시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직무재배치 교육대상자들을 상대로 창업 관련 교육을 하거나, 독서 및 소감문 작성을 시키는 등 직무재배치 교육이 실질적인 퇴출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 고등법원은 "수년동안의 인사평가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교육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교육기간 중 창업이나 소감문 작성 교육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교육과 교육 사이 공백기를 이용해 진행한 점 등을 볼 때 퇴출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확인했다.
해고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사평가에서 전체 직원 중 최하위 수준에 해당하는 저조한 업무수행 실적을 보였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직무경고를 3차례, 4차례 받는 등 장기간 실적이 상당히 부족했다"며 "직무 재배치 이후에도 다면평가에서 업무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업무오류를 일으켜 여러 차례 문제점이 발생됐다"고 꼬집었다.
이를 근거로 "원고 근로자들의 직무역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게 아니라 직무를 수행하기에 실질적으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A는 직무재배치 이후에도 부서 업무에 관심이 부족하고 업무능력 습득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 B는 여러 차례 업무향상계획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업무능력 향상 열의가 없고 개선의지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근로자들에게 업무능력 향상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근로기준법 해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종국적으로 현대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통상해고 인정하면 사실상 정리해고 제도 유명무실"
이번 판결은 매우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 받는다. 저성과자 등 일반해고, 통상해고 판결은 지난 2016년 "양대 지침"이 좌초된 이후 사실상 절멸 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대지침'이란 정부가 지난 2016년 1월 11일 발표한 지침으로, 당시 법제화 된 정년 60세 제도 안착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직무와 성과중심 노동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예외적인 저성과자 해고 가능'이라는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 특히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노동계의 큰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사실상 유연한 해고를 가능케 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해당 논의는 파행을 거쳐 결국 좌초된 바 있다. 이 논란 이후 법원에서는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한 판결을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하급심에서 인정한 바 있지만, 결국 상급심이나 대법원에서 뒤집어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PIP(직무역량 향상교육) 프로그램 컨설팅 등을 주로 했던 한 노무사는 "최근 수년간에는 저성과자 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결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일부 판결이 있었지만 전부 상급심에서 기각된 것으로 안다"며 "매우 이례적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도 "2018년 7월 2심 선고 이후 대법원 선고까지 무려 3년 가까이 걸린 셈인데, 대법원이 이번 결정을 위해 상당히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양대지침 폐기 이후 실무에서 저성과자 해고가 앞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가능하다는 점은 명확해 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해고의 정당한 이유 판단기준도 함께 제시했다는데, 이렇게 명시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드물다"며 "앞으로 저성과자 해고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원고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근로자 측은 "인사평가를 통해 저평가자에 대한 상시 해고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정리해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정리해고제도가 형해화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는 당시 노동계가 양대지침 무효화를 주장하는 근거로 들었던 내용이다.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하는 경우 사유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반해고를 편법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한편 이렇게 대법원에서 일반해고 판결이 나오면서 해고 제도에서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노무담당자는 "그간 저성과자의 경우 면담 후 상당한 보상을 제안해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하는 형식을 취했다"며 "법원에서 인정해 준다면 보상을 줄이고 저성과자 선정 기준을 객관화 해서 해고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은 "이번 판결은 근로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 객관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해고가 근로계약관계 종료의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근로자를 비위행위를 저지른 근로자처럼 징계해고 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실무상 관행을 바로잡는 판결"이라며 "해당 근로자에게도 피징계자라는 낙인을 더하지 않고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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