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그들만의 사회적 합의", 택배 대리점연합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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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2-08 11:20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택배사간 합의가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다. 씨제이 대한통운, 롯데 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대리점연합회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연합회를 배제한 추가 합의"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대리점 측은 해당 합의에 대한 내용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점연합회는 이어 노조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며 노조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업계는 종사자보호와 택배 거래구조 개선 등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이하 사회적합의기구)'를 출범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사회적합의기구에는 택배사들이 포함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노조가 꾸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대리점연합회, 더불어민주당, 정부, 대형화주 측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택배노조가 주장한 5가지 의제 중 단 하나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1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사회적합의기구는 논의에 가속을 붙였고 새벽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1월 21일 1차 사회적 합의문을 도출해 냈다. 1차 합의에서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으며 그 밖에도 택배 터미널 자동화. 적정 작업시간 등이 합의됐다. 또 다가올 2월 17일에 사회적합의기구 2차 회의에서 거래구조와 택배가격 인상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합의 닷새 만에 "택배사가 1차 합의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1월 27일에는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변 없이 파업에 돌입하는 듯 했으나, 파업을 목전에 두고 추가 논의가 진행됐다. 결국 택배노조와 택배사는 1월 28일 추가 합의를 이뤄냈고 택배노조는 파업 당일이었던 29일, 조합원 총 투표를 통해 합의문을 가결하고 파업을 취소했다.
그리고 추가 합의 엿새 만인 이달 4일, 이번엔 대리점연합회가 일어났다. 대리점연합회는 "추가 합의는 대리점연합회를 배제한 택배사와 노조 간 밀실합의이므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리점연합회는 "최근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사회적합의기구에서 협의 당사자인 대리점을 배제한 채 비밀리에 추가 합의가 진행됐다"며 "사회적합의기구가 장난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점연합회는 추가합의에 대한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 택배노조와 택배사 측은 "추가합의문은 비공개"라며 일부 핵심 내용만 공개했다. 공개된 핵심 내용은 ▲2월 4일 분류인력 투입을 완료하고 택배기사들이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 지불 ▲택배가격 거래구조 논의는 5월까지 마무리 ▲택배가격 거래구조가 마무리 되면 분류작업을 하는 택배기사에게 최저임금 이상 지불 등이다.
해당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공개된 핵심 내용 외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그냥 핵심내용 한줄 던져주고 끝"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합의기구는 속기도 하지 않는다"며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정말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데 속기도 없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택배노조와 택배사는 비공개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합의가 그렇게 이뤄졌다"고만 답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리점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주체가 맞지만 추가 합의는 1차 합의에 대해 롯데택배와 한진택배가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추가 합의를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대리점연합회가 참여한 1차 합의에서 분류작업 인력 투입 책임은 택배사에게 있다는 게 명확해졌고 추가 합의는 택배사와 1차 합의의 분류작업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는 차원이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리점이 영세한 구조에서 원청이 분류작업 인력 관리 책임과 비용 문제를 떠넘기게 되면 우리한테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대리점과 노조 모두 공감한다"며 "그런데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분류작업 비용 분담할 수 있다고 한 건 대리점"이라고 말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이전 기자회견에서 "택배사가 분류작업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었는데 대리점연합회 측에서 일부 부담할 수 있다고 해서 논의가 어려워 졌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완 위원장은 "뭘 요구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문제가 있으면 관련 당사자들과 먼저 대화를 하고 쟁점이 생기면 그에 따른 주장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사회적합의기구 당사자 간 논의 없이 선제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리점연합회는 이어 택배 노조도 규탄하고 나섰다. 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만 택배기사고 택배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은 호구이고 봉이냐"며 "대리점과 대다수 택배종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사회적합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택배노조는 매년 명절 특수기를 앞두고 고객 물품을 볼모로 파업을 선언하는 몰염치한 행위로 더 이상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태완 위원장은 "원래 대리점과는 적대시하는 관계다. 교섭도 잘 진행이 안 되고 있고 갑질의 온상은 대리점이다"라며 "그 정도 얘기를 하려면 근거와 내용을 갖고 정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점연합회는 추가 합의 무효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 대리점연합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늘 17일에 예정된 사회적합의기구 2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무기한 집화 중단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택배노조 측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in_cate2=1051&bi_pidx=3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