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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CJ택배 파업, 위법하지만 회사에 손해배상할 필요 없어"...최초 민사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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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1-22 11:40 

-CJ대한통운 파업 둘러싼 첫 민사법원 판결

-"CJ대한통운, 대체행위 투입 금지되는 사용자로 볼 수는 없어"

-직영기사 직접배송 방해한 행위도 정당행위로 보기 어려워

-다만 터미널 전면 중단 등 손해 없어 인과관계 인정할 수 없다


씨제이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쟁의행위 기간 중 투입된 직영 기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법하지만,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씨제이 대한통운과 택배기사 양쪽 입장에서는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지난 1월 21일, 씨제이대한통운 주식회사가 택배 노동자 A 등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기사들이 수행하는 분류작업이 위탁받은 택배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공짜노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씨제이대한통운(이하 회사)과 집배점주들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쟁의행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국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2018년 4월부터 토요일 분류작업을 거부했다. 이에 대응해 회사와 집배점주 측 직원들이 분류작업에 나서 배송업무를 이어나갔지만, 울산지역 집배점에서 분쟁이 발생하면서 6월 23일부터는 회사가 직영 택배기사 등을 통해 배송을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도 이를 지켜만 보지 않았다. 법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피고인 조합원들은 수차례에 걸쳐 택배 터미널 분류 작업장 등에서 직영 택배기사들이 택배를 운반하려는 것을 붙잡거나 몸으로 앞길을 막기도 했으며, 직영 택배 차량 앞에 앉아 진행을 방해하거나 화물을 빼앗고 배송을 제지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회사 측은 "택배산업은 일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손해를 최소화하려 배송 업무를 일시적으로 직접 수행하기로 결정했는데, 피고 조합원들이 이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원들은 "분류작업만 거부한 적법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회사는 노동조합법 43조가 금지하는 대체인력 투입을 통해 배송을 했다"며 "조합원들의 행위는 위법한 대체 인력 투입을 제지하는 것으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배송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음에도 회사가 직접 배송했다"며 "이는 직장폐쇄로도 볼 수 있는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직장폐쇄"라고 주장했다.

 

■"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 사용자로 볼 수 없어"

 

법원은 자신들의 행위가 적법하다는 피고 조합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손해배상은 부정했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은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에 대한 선고 부분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아니고, 묵시적인 계약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며 "CJ대한통운이 노조법 43조에서 대체투입 금지 의무를 지는 '사용자'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측은 "CJ대한통운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사용자성을 확대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법원은 "쟁의행위를 전제로 하는 노조법 43조의 사용자는 단체교섭의무가 인정되는 상대방이어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 중 지배개입 법리만을 근거로 사용자 개념을 확장할 수 없다"며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성 확대 법리가 이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집배점 소속이 아닌 CJ대한통운 직계약 택배기사에 대한 판단에서도 대체근로자 투입을 부정하면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의 대체투입을 금지하는 43조의 의미도 해석했다.

 

재판부는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봐야 하며, 당해 사업의 의미를 개별지역 집배점으로 국한할 수는 없다"며 "그렇게 해석하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져 규정 취지가 몰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의 행위는 위법하지만, 손해발생은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근로자들의 행위가 위법함에도, 손해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만, 회사가 입은 손해와 조합원들의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 발생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조합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단체교섭 요구에도 씨제이대한통운과 집배점주들은 택배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며 응하지 않았는데, 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 1심에서는 이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다"며 "택배기사가 근로자라면 분류작업도 근로조건 관련 사항이자 쟁의행위 대상이며, 따라서 분류작업 거부는 쟁의행위로 봐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 조합원들이 직접 배송을 방해한 것은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뺏기는 것에 대한 항의일 뿐, 그 자체로 자신들이 배송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배송 자체를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해 조합원들의 행위는 직접 배송에 대한 항의라고 판단했다. 결구구 굳이 대한통운이 직접 배송에 나설 이유는 없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직영택배기사를 투입해 직접 배송한 것은 조합원들의 불법행위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직영 택배기사 투입, 직접 배송을 위해 택배기사들에게 지급된 인건비, 타지역 택배기사들이 울산에 머무르기 위해 발생한 비용은 조합원들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 자체는 부정했다.

 

이어 "회사의 손해가 인정되려면 불법점거가 장기화 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터미널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인정돼야 하는데, 개별적인 방해 행위만으로 물류 시스템이 마비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합원 방해로 인한 손해는 개별 배송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한 고객 손해인데, 회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 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양쪽에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다.

 

한 대형로펌 노동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CJ대한통운 파업과 관련한 첫 민사소송"이라며 "그간 나온 형사판결들과 달리 CJ대한통운이 직접 당사자라는 점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엇갈리기는 했지만 지난해 형사 판결에서 택배기사들이 CJ대한통운 소속 근로자라는 취지의 판결도 등장했던 가운데, 민사법원이자 합의부에서 이를 부정하는 판단이 나온 것은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다행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변호사도 "원청에 대한 노조법 43조 적용을 두고 형사판결에서 결론이 엇갈렸는데, 이를 명확히 했다"며 "CJ대한통운이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직영기사 투입이 노조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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