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법사위 통과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요 쟁점 사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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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1-07 13:32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소관위원회인 법사위는 지난 5일부터 소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사를 진행중이다. 소위원회에서 확정된 법안은 임시 국회 마지막 날인 8일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함에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안전보건 조치도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 산업 현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자 처벌을 강화해 산재 예방을 도모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정부 부처도 박주민 의원안을 중심으로 부처 협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협의안(이하 정부안)을 두고 노사 반발이 거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입을 모아 "원안에 비해 정부안이 후퇴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경제계는 원안도 정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 기준 낮추고 처벌도 낮춰...경제계 "면책 조항도 필요"
중대재해로 인정하는 범위와 처벌 수위도 쟁점이 됐다. 박주민 의원안에서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장해등급 중증요양자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고의로 재해를 은폐하거나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해다.
또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으로 종사자가 사망한 경우 경영책임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망이 아닌 부상ㆍ상해가 발생했다면 3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원안을 유지하면 형량 조절이 필요하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할 시에는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사망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로 기준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또 부상이나 질병의 경우 "시기적ㆍ장소적 제한이 없다면 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 될 우려 있다"며 동일한 원인이나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민주노총은 "동시에 2명 이상으로 한정하면 붕괴나 화재 외에는 적용대상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2명 이상으로 제한할 경우 구의역 김 군이나 고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해'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며 형벌의 하한선을 없애고 상한선을 도입해 처벌 수위를 낮출 것을 주장했다. 또 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했거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청에서 일어난 사고도 원청 책임?...유예기간 두고 분분
박주민 의원안에서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주나 기관 또는 법인이 소유ㆍ운영ㆍ관리하거나 발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안전ㆍ보건조치 의무가 발생한다. 또 사업주ㆍ법인이 제3자에게 임대ㆍ용역ㆍ도급 등을 한 경우에도 유해ㆍ위험 방지 의무를 제3자와 함께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서 발주한 사업장은 제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을 '사업장'으로 축약했다. 또 제3자에게 용역ㆍ도급ㆍ위탁한 경우에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그 기관이 시설을 소유하거나 장소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사업장'으로 한정할 경우 사업장이나 현장이 분산돼 있는 건설업이나 제조업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원청이 장소를 지정했거나 제공한 경우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소유하거나 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당초 원안보다 정부안에서 의무 발생 범위가 축소됐지만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다. 원청에게 하청 사업장 관리까지 부담시키는 건 과도하다는 게 경제계 기본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5일 보도자료에서 "실질적 지휘ㆍ관리 책임 범위를 판단하지 않고 원청에게 하청과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기업의 외부인력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반박했다.
유예기간도 문제다. 박주민 의원안은 법안 공포로부터 1년 후 실행하도록 돼있지만 개인사업자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4년 유예를 줬다. 정부는 이를 더 확대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일로부터 2년 후 실행,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후 실행하도록 차등을 뒀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인 만큼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유예기간을 적용하게 되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8만299건 중 5만9,852건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100인 미만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6,081건이다. 정작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동안 사각지대로 남게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규모가 큰 사업장이 원청 사업장이 되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 하청 사업장이 될 경우 원청만 처벌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게 된다. 한경연은 "재해발생의 직접당사자인 하청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로 면책되고 간접당사자인 원청만 처벌된다"며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과관계 추정은 삭제...형사법상 원칙에 반해
정부안에서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된 것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원안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전 5년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나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현장을 훼손해서 수사를 방해하거나 이를 지시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총은 "인과관계의 추정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형사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험방지의무 위반 추정을 당해 사고와 관련된 사실이 아닌 과거 해당 기업의 위반행위를 표지로 하는 것은 일종의 성향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인과관계 추정 내용과 무관하다"며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이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량을 가중하는 양형규정을 추가했다.
김동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노동법률> 1월호에서 "산업재해는 사업주 측의 귀책사유 외에 다른 요인을 원인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인과관계를 추정한다면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증명을 지나치게 용이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인과관계 추정 규정의 취지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거지 사고다발 사업장을 가중 처벌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며 정부안에 반대했다. 특히 노동계의 설명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서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 없이 단순 사고로 종결하는 사례도 나온다. 산재 유족들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서고 진상 규명에 나서는 이유다.
한편,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고와 다르게 근로감독관이 아닌 일반경찰이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 이에 경총은 "사업장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산안법 위반사항에 대해 조사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반경찰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사항을 중복조사하게 된다"며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한경연도 "산업안전분야 전문 수사 인력이 부족해 수사에 전문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근로감독관 제도를 형해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면 수사 인력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박소망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in_cate2=1051&bi_pidx=3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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