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알바한 게 죄”...열심히 일한 청년은 피해가는 내일채움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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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1-05 09:5420대 A씨는 길었던 취업 준비 끝에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용돈이 충분하지 않아 1년 넘는 취업 준비기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에게는 값진 성과였다. 취업을 했으니 차곡차곡 돈을 모을 차례. A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알게 됐다. 2년 동안 근속하면 1,6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2020년 기준). 그러나 A씨는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취업 직전까지 하던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촉진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청년ㆍ기업ㆍ정부가 함께 기여해 자산을 형성하는 원리다. 청년은 2년간 월 12만5,000원씩 총 300만원을 납부한다. 여기에 기업이 400만원을 적립하고 정부가 900만원을 정립하면 1,600만원이 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5인 이상이고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이하인 중소ㆍ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만 15세 미만 34세 청년이라면 지원 대상이 된다. 또 정규직 취업일 현재 고용보험 가입이력이 없는 생애 최초 취업자나 최종학교 졸업 후 고용보험 총 가입기간이 12개월 이하인 자에게만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 단,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2개월 초과자여도 피보험자격 상실일로부터 실직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A씨는 1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생계로 인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 게 화근이 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위해 불안정한 취업 시장에서 6개월 이상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못한다면 구직 중에는 생계로 어려워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A씨의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아닌 재직자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신규취업자가 2년간 1,600만원을 형성하는 제도라면 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근로자가 5년간 3,000만원을 형성하는 제도다. 정부 지원금 규모도 연간 450만원에서 360만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또 5년 이상 근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건을 채우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왜 채용 전 고용보험 이력이 요건이 됐을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는 기본적으로 초기경력형성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이나 적어도 경력이 1년 미만인 경우를 지원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보험 이력 기간을 산정할 때 최종학교 졸업 후 이력만 보고 있고 일용근로 내역, 3개월 이하 단기 고용보험 가입 이력 등도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문제가 된 사례는 크게 없었다"고 답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고용보험 이력을 산정할 때 △고용보험법 상 일용근로 내역 △자영업자로서 임의가입한 고용보험 가입이력 △퇴사하면서 청년공제 계약 취소 시 퇴사한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3개월 이하 단기 고용보험 가입이력 △산업기능요원 등 의무복무(군복무)한 기간 △3개월 이하 동일기업의 비정규직 기간은 제외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A씨와 같이 졸업 후 1년 이상 아르바이트와 구직을 병행하는 경우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통계청이 매년 5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0개월 남짓이다. 2018년 10.7개월, 2019년 10.8개월, 올해는 10.0개월을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구직기간이 1년을 넘어가지 않지만 고졸 이하인 경우는 다르다. 고졸 이하 첫 취업 소요기간 평균은 지난해 1년 3.8개월, 올해 1년 2.8개월이다. 대졸 이상은 지난해 8.0개월, 올해 7.2개월인 것에 비하면 고졸이 상대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사각지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는 특별한 고용형태가 아니어서 따로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아르바이트를 별개의 고용형태로 분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아르바이트도 누군가에게는 단순 아르바이트지만 누군가에게는 첫 직장이 될 수 있다"며 구분에 어려움을 표했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내일채움공제에 대해 '생애 1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인한 사각지대 외에도 근로자가 자발적인 퇴사를 했을 경우 다시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 없는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신규 입사자에게는 입사한 회사가 2년 이상 근속할 만한 곳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직하고 싶어도 근속 조건때문에 이직하지 못해 '노예계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재가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초 입사 후 가입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 충분한 판단 후 가입을 할 수 있게 개선하기도 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 담당자가 해당 사업장 또는 고용노동지청에 확인해 그 사실이 확인돼야만 재가입이 허용된다.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게 되면 피해자는 구제받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
생애 1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면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생애 1회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기 때문에 소득이 낮거나 상대적으로 근무조건이 안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결국 열심히 끊임없이 일한 사람만 바보됐다"며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데 그 아르바이트가 걸림돌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아르바이트가 언제부터 경력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취업 시 경력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초기 경력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요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06&bi_pidx=3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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