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대법원, “불규칙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재해 원인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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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1-05 10:00불규칙한 주야간 교대근무가 업무상 재해 원인이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근로시간 기준'을 설정한 고용노동부 고시도 지침에 불과할 뿐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는 지난 12월 24일, 고 신 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고 신씨는 79년 생으로, 2009년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 입사해 취부조립, 자동용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해온 바 있다. 신씨는 주단위 주-야간 교대근무를 원칙적으로 하면서, 1주 평균 4일을 근무해 왔다.
원칙적으로 주간근무는 8시부터 17시까지 매일 8시간씩이었고, 야간근무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매일 7시간이었지만, 사망하기 전 12주 간 근무내역에 따르면 근무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근무일정도 불규칙했다. 신씨의 사망 전 주간 근무시간은 많을 때 최고 56시간에 이르렀으며 이 중 야간근무가 40시간을 차지하기도 했다.
신씨는 휴무일이던 2016년 10월 31일, 몸살과 미열, 장염 증상을 보였다. 다음날인 11월 1일부터 3일 연속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하고 난 후 11월 4일 경, 갑자기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향했고 응급실에서 급성 신근염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신씨는 11월 14일 사망하고야 말았다.
신씨는 기초질환이나 별다른 건강 이상 증상이 없었으며, 체중과 혈압도 정상 범위였고 흡연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씨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다 경력직으로 채용된 이후, 신입사원들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많이 맡았고 신규 입사자가 많은 부서에 배치돼 경쟁이 심한 분위기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6년 8월 이후에는 연차소진 강요 및 연장근무 통제로 작업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종전 작업량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단위시간당 업무강도가 높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인은 진급 연한도 남들보다 짧을 정도로 강도 높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심은 "사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며 "업무와 상병 사이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씨 사망 당시인 2013년 고시(개정 전 고시)에 따르면 뇌혈관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로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다만 이후 개정된 고시에서는 같은 기간 1주 평균 52시간 이하로 근로해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씨는 발병 당시 37세 건강한 성인으로, 업무상 요인 외에 병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며 "초기 감염 발생 이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로를 하던 중 발병한 점이 특기할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야간 교대 근무가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오랜 기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교대제 근무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고, 게다가 교대근무 일정 및 주기까지 불규칙적이어서 피로와 스트레스 등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평소 망인이 동료근로자들보다 성실히 근무했고 업무강도가 높았던 점, 작업인력이 다소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적 사유로 연가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웠던 점을 근거로 들어 "교대근무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초기감염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라고 지적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대법원은 법원이 주 60시간을 기준으로 정한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해 눈길을 끌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위임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복지공단에 행정내부적인 지침이나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이라며 "개정 전 고시는 고려 요소일 뿐 절대적 판단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개정된 고시에 의하면 상병 발생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해도 업무와 질병 사에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개정 전 고시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해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1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