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LG전자 사무직 노조 '교섭단위 분리' 기각한 지노위 판정문 살펴보니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06-10 09:32LG전자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지난달 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서 기각된 바 있다. 사무직 노조 입장에서 교섭단위 분리 인정은 추후 조합 활동의 큰 모멘텀이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큰 결과일 수밖에 없다.
노동법률이 해당 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다. 결론적으로 서울지노위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제조업과 사무직 등 다른 직군 근로자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사무직을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할 경우 다른 상당수 사업에 대해서도 사무직과 다른 직군을 분리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판정문에서는 먼저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이하 '사무직 노동조합')은 2021년 2월 25일 설립돼 조합원 수는 약 4,000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의 관계 당사자로는 사측은 물론 다른 노조도 함께 했다. 사무직 노조 외에 기능직 근로자를 주로 조직화 대상으로 삼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LG전자노동조합(이하 'LG전자 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LG전자지회(이하 '지회')가 판정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교섭대표노조인 LG노조는 교섭단위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로조건, 고용형태에서 현격한 차이 있나"…의견 격돌
우리 노조법과 판례에 따르면,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심사할 때는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이라는 세가지 주요 요건을 고려해서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먼저 세 가지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견이 엇갈렸다.
사무직 노조는 "사무직과 기능직 사이에 임금체계 및 근로환경 등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사무직과 기능직은 별도 채용, 교육훈련, 평가 등이 이뤄지는 등 상호 인사교류가 전혀 없고 고용형태 차이도 현격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 LG전자노조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사무직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주니어보드(JB)라는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관행도 형성돼 있어서, 사무직을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섭단위 분리 요건 세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섭대표 노조인 LG전자노동조합은 "(우리 노조는) 회사 소속 근로자 모두 가입할 수 있으며, 그간 모든 근로자를 대변해 성실하게 교섭해 왔다"고 맞섰다.
LG전자 측도 "사무직과 기능직 근로조건은 동일한 취업규칙이 적용되며 각 직종별 업무 특성 사항을 빼면 근로시간이나 휴일, 휴게, 휴가, 복리후생 등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므로, 직종 특성에 따른 일부 차이를 제외하면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없다"며 "고용형태도 정규직이고 정년도 동일해서 차이가 없으며, 사무직이 별도 교섭한 관행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무직은 연봉제, 기능직은 호봉제로 임금체계에서 차이가 있지만, 직종 특성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세부적인 근로조건 차이가 있어도 본질적인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JB를 별도 교섭관행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동일한 사실관계임에도 양자 간 해석이 일치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금속노조 지회는 사무직 노조를 지원하는 입장을 밝혔다. 지회는 "사무직과 기능직은 직무내용이 완전히 분리돼 근로조건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교섭단위 유지가 오히려 노사관계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교섭단위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금속노조 지회 역시 교섭대표 노조를 상대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가 기각된 과거가 있다.
분리 필요성 두고 격돌…사무직 노조, "교섭대표 노조가 사무직 제대로 대변 못해" VS 서울지노위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런 문제 발생할 우려 있어"
최종 판단 기준인 '분리 필요성'을 두고도 의견이 충돌했다.
앞서 판단한 '객관적인 요건'과 달리, 분리 필요성 부분에서는 사업장 고유의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사실관계 해석 싸움이 치열한 부분이다.
사무직 노조는 "근로자 2/3 이상을 차지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등 기구가 부재했다"며 "기능직만 가입하는 기능직 노조를 중심으로 노사관계가 형성됐고, 사용자가 주도해서 조직한 JB도 형식적으로만 사무직을 대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섭대표 노조가 사무직 노조에 대해 공정대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수 노조로서 단체교섭권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노노 및 노사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선 LG전자 측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임금협약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주니어보드(JB)를 통해 사무직 근로자 의사가 충분히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결론적으로 서울지노위는 사측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지노위는 "교섭단위 분리 단체교섭을 정당화할 정도로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의 현격한 차이, 교섭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무직을 교섭단위 분리해서 얻는 이익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유지해서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노위는 그 근거로 먼저 "취업규칙이 이 회사 전 사원에게 적용돼 사무직과 기능직이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있다"며 "두 직군 모두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휴일이나 휴게, 휴가, 상여금, 퇴직금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체계도 사무직은 연봉제, 기능직은 근무경력에 비례한 호봉제라 구성 항목이나 근무장소나 형태, 평균임금 등 차이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는 업무의 고유 특성때문이며, 이런 차이 때문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예외를 인정할 만한 본질적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무직과 기능직 모두 정규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되고 정년 만60세의 적용을 받는 등 채용 방법과 근로형태가 동일해 고용형태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니어 보드 활동도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별도 교섭했다고 보기 어려워, 별도 교섭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노위는 "일반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면서 제조업의 경우 사업 특성에 맞게 사무관리직과 제조판매직 등 다른 직군의 근로자가 혼재하고 있다"며 "사무직을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할 경우 다른 상당수 사업에 대해서도 사무직과 다른 직군을 분리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결국 지노위는 이런 근거를 들어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을 기각했다. 사무직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법률전문가는 "취업규칙이 전 사원에게 적용한다는 점이 '기능직과 사무직 간 근로조건의 기초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본 듯하다"며 "사무직 근로자의 숫자가 많다는 점이나 그간 교섭대표 노동조합에 사무직 노조 조합원들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 보다는,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 등을 깊이 고려하는 점에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실관계 해석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노위 단계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최종적인 향방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사무직 노조도 현 대리인과 함께 추가 대리인 선임을 고려하는 등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가 새로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2493]